부산시장 번개모임 술값 '대한민국' 명의 제3자가 대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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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부산시장이 네티즌들과 '번개 모임'을 하면서 마신 외상 술값을 익명의 제3자가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허 시장은 5일 부산 서면의 한 맥주집에서 번개모임을 하면서 술값으로 197만5000원이 나왔지만 참가자들이 모은 돈이 20여 만원에 불과해 나머지 돈을 외상으로 달아놓았다.

부산시선관위는 9일 "허 시장이 네티즌과의 모임에서 회비로 충당하고 외상 처리했던 술값을 8일 제3자가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3자가 번개모임이 열렸던 맥주집 주인에게 보낸 돈은 204만원이며 실명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람은 이날 맥주집 주인에게 전화해 "서울에 사는 사람인데 외상 술값을 내주겠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본 뒤 돈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선관위는 제3자의 술값 대납이 선거법상 금지된 '제3자 기부 행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는 돈낸 사람과 허 시장과의 연관성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한 뒤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술값 대납은 선거와 관련한 기부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허시장 측은 "번개모임 술값 문제가 보도된 이후 서울 등 전국에서 돈을 대신 내주겠다는 전화가 10여 통 걸려왔다"며 "그러나 그 돈을 받을 경우 기부 행위에 저촉되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선관위에 문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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