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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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내년 1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여름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파견키로 합의했다. 그동안 남북은 탁구 등 개별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거나, 올림픽에서 동시입장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비중 있는 국제 종합대회에 단일팀으로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선발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우선 단일팀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현재로선 단체 종목 위주로 단일팀을 구성하고 개별 종목은 남북한이 따로 출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입상했을 때 게양되는 기(旗)를 무엇으로 하느냐다. 단체 종목은 한반도기로, 개별 종목은 각각 태극기나 인공기로 할지, 아니면 모두 한반도기로 할지가 그것이다. 만약 후자(後者)일 경우에는 태극기 게양이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이것이 국민 정서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대표선수 탈락에 따라 연금.병역 등에서 피해를 볼 우리 선수들의 처지도 배려해야 한다. 남북 체육당국은 이런 문제 등을 포함한 각종 현실적 애로사항을 슬기롭게 해결해주길 바란다.

체육행사는 국가 간 첨예한 대결의 벽을 녹이는 데 기여해 왔다. 냉전시절 미국.중국 간 '핑퐁외교'가 대표적 예다. 남북 간에도 마찬가지다. 1991년 세계 탁구대회에서 단일팀이 우승했을 때 전 국민이 환호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의 동시 입장은 양측 간 화해와 협력을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더 나아가 단일팀 출전까지 실현된다면 남북관계에도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단일팀 구성이 '우리 민족끼리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적 구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통일지상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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