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훈, 수능문항 오류 지적한 수능 강사 … 사상 첫 '전원 정답 처리'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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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완전무결하다”는 식으로 일관한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일침을 가한 주역은 박대훈(44·사진) 전 EBS 지리 강사였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판결을 이끌어냈다. 1993년부터 치러진 수능 역사상 소송을 거쳐 문제를 전원 정답 처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가 한 학생으로부터 “문제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은 건 지난해 11월 수능 직후였다.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동료들의 의견까지 듣고 난 그는 오류를 확신했다.

  피해 수험생들을 모아 교육부·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이들은 틀리지 않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으로 소송에 뛰어들었다”는 게 그의 술회다.

 그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선 건 2012년 9월 모의고사에서 쓰린 경험을 해서다. 그는 “모의고사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묵살당했다”며 “학생들에게 ‘실제 수능에서 오류가 나오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당국은 판결 보름 뒤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 학생 구제 방침을 밝혔다. 1만8884명이 정답 처리됐다. 629명은 대학에 추가합격했다. 그는 “수능 문제 오류를 밝혀내는 건 진실에 눈감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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