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대대로 가면 내달 금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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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8일 "통화정책의 점진적 방향 조정을 검토할 단계"라며 "다음달 경기 상황이 기대대로 간다면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9월 콜금리를 연 3.25%에서 동결키로 의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와 생산이 모두 크게 개선되고 경기의 심리지표도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어 다음달 (콜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정책은 적어도 6개월 정도 앞서가야 한다"며 "이제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검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총재는 "민생 경기가 개선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내년까지는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23%포인트 급등한 4.50%를 기록했다.

한편 박 총재의 경기 인식과 달리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향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8월 소비자 기대지수가 3월 이후 5개월 연속 떨어져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4.8을 기록했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2002년 7 ~ 11월 이후 처음이다.

김동호.김종윤 기자

[뉴스 분석] 반짝 실적만 보고 경기 낙관하긴 일러 심리악화 감안해야

각종 경제지표가 엇갈려 경기의 현주소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지표가 따로 노는 것은 무엇보다 심리지표와 실적지표의 시차 때문이다.

심리지표는 실적을 앞질러 개선됐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실적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개선되지 않자 심리가 먼저 위축됐다. 고유가와 8.31 부동산 대책도 소비자 심리를 움츠러들게 했다. 박승 한은 총재가 이날 금통위 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실적지표에 근거한 것이다. 연초 소비에서 시작된 실적지표의 회복은 7월 들어 설비투자와 산업생산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특히 2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해온 국내 기계수주 증가율이 7월 25.5% 플러스로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박 총재가 밝힌 것처럼 경기가 현저한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소비와 생산이 회복은 했지만 이는 상당 부분 '신차 효과'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회사들이 새 모델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바람에 소비가 반짝 개선됐다는 얘기다. 투자 역시 한 달 실적만 보고 낙관하기는 섣부르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 기계수주가 워낙 부진해 단기간에 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소비도 8.31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말 달라진 세금 고지서를 받아든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의 건설경기는 벌써 주춤하고 있다. 정부는 공영개발 물량이 많기 때문에 건설경기는 걱정 없다고 한다. 그러나 송파 신도시 등의 물량은 2008년부터나 시장에 나온다. 고유가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심리지표 악화는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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