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당수의 연두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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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규제 자에 대한 제1단계 해금방침을 밝힌 전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계기로 정계엔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있다.
대충 2월말로 예상되는 해금조치는 여권보다는 아무래도 야권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며 그 변화는 정치의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해금발표가 있자 민정·민한 등 각 당은 정치활동규제에서 풀리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정당의 경우 현재의 정치질서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문호를 개방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어 설혹 상당수의 해금인사가 입당을 한다해도 당의 컬러나 체질에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지만 민한당을 비롯한 야당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유치송 민한당총재는 광주에서 가진 연두회견에서『과거 한 식구였던 피규제자들이 해금되면 쌍수를 들어 이들을 영입, 제1야당의 진용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금인사의 영입이 유 총재의 말대로 당세의 강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겠으나「수권정당으로서의 체제정비」와도 무관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정당의 발전이 민주정치발전의 필수적인 조건이며, 정당의 조직이나 운영이 가시적인 것이어야 함은 길게 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제5공화국 출범후의 야당은 체제에 안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던 것 같다.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라는 뜻에서 뿐 아니라 새 공화국의 최대 국정목표가 민주정치의 토착화인 점을 생각할 때 소극적 의미의 그 같은 안정보다 개방과 참여에 의한 적극적인 안정이 소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정부측이 단계적 해금조치를 밝힌 데 이어 유 총재가 해금인사 영입에 적극적 자세를 보인 것은 따라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유 총재는 또 대화의 폭을 정당간의 차원 뿐 아니라 정치활동 피규제자를 포함한 단계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으며, 현 제도하에서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전반적인 선거제도의 개선이 검토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법과 국회법, 언론기본법 등 이른바 정치관계법 개정 주장은 그 동안 국회에서 많이 논의되었던 사항들이지만 유 당수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주목된다.
유 총재의 회견은 전체적으로 원론적 의견제시란 평가를 받고있고 어법의 사용 또한 신중을 기한 인상을 주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언급한 사항들은 정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선출 등 선거제도문제는 헌법사항이므로 두고두고 미묘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당권경쟁 등은 없었지만 어떤 의미에서건 금년은 선거체제를 정비해야할 해인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제1야당의 당수가 선거제도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중대한 문제를 얼마만큼 중지를 모으고 사전검토를 했는지 궁금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정치는 현실임을 누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너무 명분에 치우치다 보면 엉뚱한 잡음이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되새겨 착실히 자기기반을 넓혀나가는 것이 수권태세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닌가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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