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37억 들인 야구장 … 천안시, 땅값 보상만 54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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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들과 학생을 위해 지은 천안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짓는 데는 37억원이 들었는데 토지보상금만 540억원에 이르러서다. 부지를 선정한 뒤 녹지였던 주변을 주거단지로 바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땅 주인들이 이득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천안시는 2013년 11월 동남구 삼룡동 국도 1호선 옆 13만5432㎡의 터에 야구장을 지어 시민에게 개방했다. 야구장은 성인용 4개와 리틀 야구장 1개로 이뤄졌다. 야산을 깎아 만든 허허벌판에 관중석 없이 펜스와 화장실 등만 설치했다. 천안시는 “지역 내 84개 사회인 야구단 3000여 명을 위한 야구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야구장 건설은 성무용 전 시장이 공약사업으로 추진했다. 2002년 첫 당선된 그는 2004년 11월 부지를 선정했다. 관련 도시계획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 4년 뒤인 2008년 “1200억원을 들여 국제규모의 야구장을 짓겠다”며 정부에 심사를 요청했다. 결과는 ‘부적격’이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천안시는 시 예산만으로 야구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780억원으로 줄였다. 2009년 자체적으로 투·융자사업 심사를 마친 뒤 2010년 5월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게 만만치 않았다. 땅값이 많이 뛰었다. 2003년 ㎡당 3만6700원이던 야구장 부지 공시지가가 2008년에는 25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실제 보상가는 ㎡당 40만~45만원으로, 애초 계획을 세울 당시 공시지가의 10배가 넘는다.

 값이 오른 데는 2007년 천안시가 야구장 부지와 맞닿은 녹지를 주거·상업 예정지(시가화 예정 지역)로 지정했다가 이듬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2종 주거지역으로 다시 바꾼 게 한몫했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총 토지보상금이 540억원에 이르게 됐다. 땅 주인은 모두 25명으로 1명 평균 보상비는 21억6000만원이 돌아간다. 야구장 주변을 주거지역으로 바꾼 데 대해 성 전 시장은 “원래 도시계획상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이었을 뿐 야구장 때문에 특별히 용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왜 하필 현 위치에 야구장을 지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시의회 주일원 의원은 “천안시청 인근에 10만㎡ 시유지가 있다”며 “이를 활용했다면 토지보상금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와 성 전 시장은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한 것”이라며 “주변에 축구장과 배드민턴장까지 지어 복합 체육시설로 만들기 위해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천안경제정의실천연합 정병인 사무국장은 “주변 토지 용도를 바꿔 보상금을 과다 지급했다면 당시 천안시가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며 “시와 성 전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시의회는 지난 19일 야구장 사업추진 과정을 감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의뢰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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