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절주가 소설가의 지구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1971년생 소설가 김경욱(사진)씨에게서 궁핍과 피로에 찌든 채 작품을 써내려가는 전세대 작가들의 낭만적인 모습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국문과로 전공을 바꿔 박사학위를 딴 후 일찌감치 울산대 교수로 자리잡은 김씨의 작업 스타일은 낭만적인 것과 대척적이다.

담배와는 거리가 멀고 소주 한병을 음주 상한으로 정해놓고 있는 김씨는 밤에는 잠을 자야 하고 낮시간에 글이 잘 써진다. 절주.금연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호흡 긴 장편을 꾸준히 써내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편 열두편을 담은 세번째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문학과지성사)를 지난 주 출간했다. 소설들은 김씨의 외모.스타일과는 정반대로 끔찍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표제작 '누가 커트…'는 현실과 TV 속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흠모하던 인기 여자 탤런트를 살해하는 스토커를 다루고 있고, '만리장성 넘어 붉은 여인숙'에서는 미혼모들이 한강에 유기한 영아 시체를 건져다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

김씨는 이번 작품집에서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작품이 섬뜩해지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도록 구성원들을 몰고가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개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그러나 비정상적인 반응을 통해 전도된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