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자유구역 배워간 중국 우리보다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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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제 원로들의 모임인 IBC 포럼이 현행 경제자유구역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을 건의했다. 김만제.이승윤.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으로 구성된 이 싱크탱크는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인천, 부산.진해, 광양의 경제자유구역청을 중앙정부 직속기구로 개편하라고 충고했다. 또 무비자.무관세.무노사분규 등 3무(無)원칙을 적용하는 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그래야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할 고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은 말만 앞설 뿐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를 벤치마킹했던 중국이 푸둥경제특구, 쑤저우 공업원구 등을 적극 육성해 경제발전 거점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이들 중국 경제자유구역은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이자 거꾸로 우리가 배워야 할 만큼 앞서 나가고 있다.

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개념부터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전략적 요충지다. 더욱이 외국자본까지 끌어들이려면 그들을 유혹할 만한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지역과의 불균형이나 차별은 피할 수 없다. 현 정부처럼 국토 균형성장이나 평등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하게 마련이다. 어떤 외국자본이 땅 장사에 정신이 팔려 있고 손발 묶는 규제나 일삼는 곳에 들어오겠는가. 이러니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한때 우리나라를 동북아 허브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쏙 들어갔다. 경제자유구역도 안 되는데 동북아 허브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순수하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여기에 균형개발이나 평등 같은 정치적 잣대까지 들이대니 계속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경제 원로들의 충고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하고, 본받을 것은 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