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찢긴 미국] "카트리나 참사는 인간이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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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는 분명히 자연재해다. 그러나 참사를 몇 배나 키운 것은 인간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 각종 사례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참사를 '인재'로 규정했다. 환경역사학자 테오도르 스타인버그는 "굳이 허리케인이 아니더라도 뉴올리언스는 자연재앙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인근 해안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1969~89년의 20년간 상대적으로 허리케인이 잠잠하던 시기에 남부 해안지대가 마구잡이로 개발됐다. 허리케인이 닥치면 침수될 지역에 호텔과 콘도가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바람.해일 등 재난을 막아줄 수 있는 모래섬과 휴양림(삼나무.층층나무) 등이 사라졌다. 1930년 이후 제방과 운하를 잇따라 건설하면서 무려 5000㎢에 달하는 습지가 사라졌다. 습지는 그 자체로 중요한 방파제다. 제프릿 마운트 캘리포니아대 지질학과 교수는 "5㎢의 습지가 훼손될 때마다 태풍으로 인한 파고는 0.6m씩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간이 재앙을 자초했다는 결론이다. 로저 필케(콜로라도대) 교수는 "만약 1926년의 마이애미를 덮친 규모의 허리케인이 오늘날 재발한다면 당시보다 90배나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추산했다.

뉴올리언스의 대재앙을 낳은 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굳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둑은 그 자체로 재앙의 원인이었다. 둑이 만들어지면서 미시시피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길이 막혔다. 토사가 밀려나와 뉴올리언스 앞쪽 멕시코만에 쌓여 자연 방파제가 되는 길도 막혔다. 대신 토사가 뉴올리언스 주변에 쌓여 도시가 해수면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심화됐다.

물론 지구 온난화도 큰 원인이다.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건수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70년대에 비해 허리케인의 강도가 3배로 늘었다. 태풍 역시 2배로 강해졌다. 허리케인은 물론 태풍 피해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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