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띠뱃놀이|유현숙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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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선주-왜 그러요, 염감님!
황노인-<징 멈추고>어! 어서들 놀아.
장선주-혼자서 그러믄 어떡혀요.
황노인-<자탄>내 목숨은 왜 이리 질긴지 모르것어. 세상 귀신들 날 좀 잡어가지 뭣들 허는고….
무당-아무래도 또 굿 못허것어. 부정이 탄거여.
마을사람-장선주 어른은 못혀요.
장선주- 내가라도 혀보까.
마을사람-메김 못허것어요?
장선주-내 소리가 안좋아서.
마을사람-시방 소리가 문제다요.
장선주-허기야 굿을 끝내는게 문제지.
마을사람-어서 혀봐요.
장선주-아이구, 이게 뭔 날리어.
무당-시방 뭣 탓헐 때요.
장선주-허긴 그려.
황노인-<엎드려>물귀신 동네귀신 날좀 잡아가고, 제발 좀 참으시오, 제발. <손 비비며>이렇게 비옵니다.
장선주-저 영감님 뭐 허는거여.
무당-실성혔어.
장선주-어떡허지.
무당-저러다 가라앉것지요.
장선주-아니, 보통 일이 아녀.
부안댁-어서 영감님을 마을로 내려보내야 것어요.
장선주-그게 좋을성 싶은디.
무당-그려요.
장선주-<황노인에게 간다>영감님!
황노인-<엎드린채>순난에미 죽지 않고, 동네사람 잘 되라고 제발 좀 참아주시오.
장선주-<사색이 되어 말린다>영감님! 영감님!
황노인-<엎드린채>제발 좀 제발.

<사이>
아이구 장선주. <손잡는다>
장선주-마을로 내려 가시지요.
황노인-아녀, 어서 굿을 혀야지.
장선주-안되겠어요.
황노인-<비틀대며 일어선다>괜찮혀.
장선주-<불안해>할수 있것어요?
황노인-어, 술이나 좀 줘.
장선주-술좀 가져와. <부안댁, 술가져온다>
장선주-여기 있어요.
황노인-<술 받아 마시고>이제 됐어.
황노인-어랑청 가래질이야.

<농악 울린다>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황노인-<비틀대며>이 가래는 뉘 가랜가.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황노인-김동지네 가래랄세.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황노인-정도사네 가래랄세.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황노인-이 가래는 뉘 가랜가.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황노인-서청지네 가래랄세.
마을사람-어랑청 가래질이야.

<농악 멎는다>
황노인-<혼자 춤추며>어랑청 가래질이야. 어랑청 가래질이야.
무당-아무래도 안되것는디.
부안댁-내려보내야것어요.
장선주-<불안스런 표정> 더 좀 있어보고.

<황노인 계속해서 춤춘다>
무당-동네 굿도 좋지만 큰일 나것어요.
부안댁-글쎄 말여요.

<황노인, 춤추다 엎드려 절한다>
무당-<확신 있게>인제 못혀.
부안댁-<걱정 스럽게>인제 말려야것어요.
장선주-조금 더 기다려봐.
부안댁-가라앉긴 글렀어요.
무당-<황노인에게 간다>영감님! 영감님!
황노인-<계속 절하며>하느님 용왕님 제발 참아주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무당-영감님, 내려가십시다.
황노인-<반색하며>뭐여? 날 내려가라고.
무당-내려가 쉬세요.
황노인-아녀, 끝을 내서 보여 줘야혀.
무당-뭘 보여줘요?
황노인-그럴 일이 있어.
무당-글세, 그럴 일이 뭐여라우.
황노인-<혼잣말>굿을 마저 혀야지.
무당-헌다고 허잖아요.
황노인-<몸부림>이번도 그만두믄 순난에미는 죽어.
무당-순난에미가 어딧길래 죽어요.
황노인-<비틀대며 일어서>내가 굿을 끝내야지. <천둥소리와 함께 어린애 울음소리 들린다>
장선주-<놀라>이게 뭔 소리여.
황노인-<뇌성처럼>아녀, 어서들 놀아.

<황노인 혼자서 춤춘다>얼쑤, 얼쑤.
장선주-아무래도 뭔 일이 있어.
부안댁-순난이는 왜 소식이 없어.
장선주-부안댁이 좀 찾어봐.

<순난. 서낭당에서 뛰어 들어온다>
부안댁-순난아! 뭔 일이여.
순난-<부안댁 끌며>아줌니 저좀 따라와 봐요.
부안댁-<어리둥절>뭔 일인디 그려.
순난-<서낭당 쪽으로 가며>
아이구 글씨 급혀요.
부안댁-<끌려가며>왜 그려.
순난-일 났당게요.
부안댁-뭔 일인지 말이나 허고 가.
순난-안돼요. 어서 가요.
부안댁-<신경질적>나 참, 아닌 밤중 홍두깨라더니.

<순난 부안댁과 퇴장>
마을사람-<따라가며>뭔 일인디 저러는 거여.
무당-<허탈하게>부정이 탄거여.
마을사람-뭔 일인지 가보고 와야것어

<무대뒤로 퇴장>
황노인-<술독에서 술퍼마시다 일어서 춤추며 허탈하게>얼쑤, 얼쑤, 허허허.

<빗소리 천둥소리와 함께 어린애 울음소리 크게 들린다>
장선주-<주저앉으며, 소리친다>다 끝났어. 인제 망헌거여.
황노인-<춤추다 멈추고>뭣들 혀, 어서 놀아.
장선주-부정 탓는디 뭘 혀요.
황노인-<징 두들기며 혼자서>어부가로 노래하여, 어와 술배야, 먼데 사람 듣기 좋고, 어와 술배야, <숨차서>갓깐사람 보기좋네, 어와 술배야, 술방야 소리로 놀아보세, 어와 술배야. <쓰러졌다 일어나며>끌리던 조고야 코코에 걸려라, 어와 술배야, <무대어수선하고 장선주 침통한 표정><어린애 울음소리 천둥소리와 함께 무대 메운다><황노인, 구석에서 춤춘다>
순난-<무대로 뛰어 나오며>할아부지 엄니가 애를 낳았어요.
마을사람-뭣이라고?
장선주-<엎드리며>그년이 또….
순난-<황노인에게 간다>할아부지?

<황노인, 계속해서 춤춘다>

<천둥소리 소나기 소리 무대 메운다>
무당-뭣들혀. 그년을 죽여야지.
마을사람-<서낭당에서 등장하며>큰일 났어요. 배들이 부서져요.
장선주<놀라 일어서며>내 배가 어찌됐는디.
마을사람-폭풍우가 일어요.
장선주-<뛰어 나가며 소리친다>내배!

<마을사람 뒤따라 퇴장><황노인, 멈추어선 채 호흡이 가쁘다>
순난-<울먹이며>엄니가 왔어요.

<황노인 순난어깨 다독이며 하늘 올려다 본다><순난엄마, 어린애 안고 부안댁과 등장>
순난-할아부지, 저기 엄니가 와요.
황노인-<순난엄마 바라보고 섰다가>우덜이 세상을 잘못 산거여!<말끝 흐리며 쓰러진다>
순난-<달겨들며 뇌성처럼>할아부지!

<황노인 옆에 부안댁과 순난엄마 꿇어 앉는다.>
순난-<울면서 소리친다>엄니! 인제 어떡혀요. 왜 왔어요, 왜….
순난엄마-<허탈하게>순난아, 세상은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또 태어나는 사람이 있단다. 내 결국 이리도 죽일년 저리도 죽일년이다. 애당초 팔자가 그려.
순난-엄니!

<안겨 운다>

<천둥소리, 어린애 울음소리, 빗소리가 어우러져 무대 메우고, 조명 어두워지며 막 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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