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같은 천재 밀려온다 … 들뜬 ML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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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류현진(왼쪽)이 쿠바 출신 동료 푸이그와 자신들을 본뜬 인형을 들고 있다. [류현진 트위터]

1999년 3월 쿠바 아바나에서 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렸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대(對)쿠바 해빙 정책의 일환이었다. 야구광인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대통령궁으로 버드 셀릭 MLB 사무국 총재를 비롯해 구단 중역들을 초청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만찬에서 카스트로는 쿠바 야구의 역사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가져올 수 있는 꿈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샌디 앨더슨 현 뉴욕 메츠 단장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지은 야구 학교를 아바나에도 세워 쿠바의 10대 선수들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5년 전 카스트로의 꿈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7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자 MLB 사무국은 “구체적 정보는 부족하지만 계속 추적해 쿠바 선수 영입과 관련한 정보를 각 구단에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성명을 내놨다.

 두 나라 국교가 정상화되면 타고난 유연성과 파워로 무장한 쿠바의 ‘야구 천재’들이 대거 MLB로 진출할 전망이다. 이미 목숨을 건 밀입국과 망명을 거친 쿠바 선수 19명이 올 시즌 MLB에서 활약했다. 도미니카공화국(83명), 베네수엘라(5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MLB 구단 스카우트들은 오래전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쿠바 선수들을 주시해왔다. 야시엘 푸이그(24·LA 다저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보스턴 레드삭스), 호세 아브레유(27·시카고 화이트삭스), 아롤디스 채프먼(26·신시네티 레즈) 등이 WBC를 거쳐 MLB 입성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몸값도 천문학적이다. 아브레유는 6년간 6400만 달러(약 710억원), 푸이그는 7년간 4200만 달러(약 46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탬파베이 레이스처럼 팬층이 약한 구단 가운데 아바나로 연고지를 옮기는 팀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54~60년 트리플A팀인 슈가킹스는 아바나가 연고지였다. 또한 야구 세계화를 위해 99년부터 멕시코·일본·푸에르토리코·호주에서 개막전을 치러온 MLB가 아바나에서 개막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구단들이 쿠바 선수 스카우트에 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쿠바 야구 선수 수입을 포함한 금수 조치 해제는 1월에 임기를 시작하는 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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