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영수회담에서 연정논의 결판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여야 영수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박 대표가 이를 수락했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이 최근 불거진 연정(聯政) 등 정치현안을 매듭짓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단독 회담은 처음이다. 박 대표 취임 1년반이 지나도록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번도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래놓고 느닷없이 권력을 야당에 내놓겠다며 연정을 하자고 요구한다면 누구인들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연정 제의를 언론이 왜곡한다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여권은 스스로에게 그 진정성을 물어봐야 할 것이다.

사실 진정으로 연정을 바란다면 공개적 제의에 앞서서 진작 야당 대표를 만났어야 했다. 의사를 타진하고 반응을 살핀 뒤 그에 맞게 제의하는 게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순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반대 수순을 밟고 있다. 야당은 이미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그런 야당 대표를 만나 설득하려 한다면 제아무리 그럴 듯한 논리를 제시한다 해도 돌려놓기 어려울지 모른다.

물론 두 사람 간의 만남에서 노 대통령이 박 대표가 솔깃해할 또 다른 제안을 할지는 모르겠다.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연정 얘기는 두 사람 간의 만남에서 결판을 냈으면 한다. 공연히 모호한 태도를 취해 혼란만 부추기지 말라. 이 점은 박 대표가 특별히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도 박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 연정 얘기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관심이 그 같은 소모적인 논쟁거리로 집중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정도로 한가한 나라 사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나름의 철저한 준비를 하고 노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려면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거부한다면 대통령이 다시는 이 제안을 꺼내지 못하도록 깨끗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답답한 정치 현실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