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대 CD 위조 사건 '전문가' 14명 연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교 동창 은행원 두 명의 대담한 사기 행각처럼 보였던 4450억원어치 양도성예금증서(CD) 위조 사건이 경찰수사가 진행될수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가담한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조 CD를 진짜 CD로 바꿔치기해 850억원을 챙긴 혐의로 체포된 은행원 김모(40)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의 동창인 은행원 신모(41)씨 외에도 다양한 경력을 가진 공범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1일 "두 명의 은행원이 CD 위조 및 유통을, 3~4명의 전직 증권사 직원이 바꿔치기한 진짜 CD의 할인을, 10여 건의 범죄 전력을 가진 사기 전문가 4~5명이 돈세탁을 맡는 등 약 14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MBA 출신과 검사 출신 변호사 한 명도 공모 의혹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매치기.금고털이.도박꾼.사기꾼 등 각 분야의 '전문가'11명이 모여 카지노 금고를 털어 달아나는 내용의 외화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다. CD 위조 사기범들이 빼돌린 돈을 분산.은닉하는 과정도 치밀했다. 유령회사를 통해 세탁한 자금 수십억원을 영종도 개발권에 포함된 서해안 부동산에 투자하고, 미국 시민권자의 계좌를 통해 해외로 불법 송금한 흔적도 발견됐다.

수사 관계자는 "현재 이들이 챙긴 850억원 가운데 수십억원 정도만 행방이 확인되고 있다"며 "극히 지능적인 조직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