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값놓고 금액시비|폐습은 버려야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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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무웅 <서울관악구신림8동551의9 혜성맨션 가동202호>
지난11일 전배 정주의 조카 결혼식에 참석했다.
식이 끝나 폐백실로 가려는데 신랑 친구들이 신랑을 택시에 강제로 태워 행방을 감췄다.
신랑신부는 폐백은 물론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4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시내 갈만한 곳을 모두 찾아 보았으나 없더니, 나중에 찾고보니 고급요정에서 친구 12명이 신랑을 구석에 몰아놓고 장구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친구가 흥정을 하자면서 술값 13만원과 교통비 10만원을 내놓고 신방을 데려가라는 것이다. 너무도 어이가 없었으나 어쩔수없어 10만원을 주고 가까스로 신랑을 데리고 나왔다.
그때까지 양가부모는 물론 많은 친지들이 추운 날씨에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신부는 이날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했고 하객들은 밤늦게 귀가했다. 결혼을 하면 으례 「함값」 「꽃값」 때문에 신랑 신부집에선 곤욕을 치른다.
그렇다고 경사에 벌주자고 신고할수도 없고…. 전사회적으로 의식개혁이 요구되는 이때 이러한 폐습이 아직도 계속된다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우리모두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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