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휴가 전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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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세긴 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던 크로퍼드 목장 휴가를 이틀이나 줄이고 지난달 30일 워싱턴으로 돌아갔으니.

크로퍼드 목장 휴가는 물리적 휴식을 넘어 부시의 정치적 상징이다. 부시는 '휴가 전문 대통령'으로 불린다. 지난달 18일 최장기 대통령 휴가 기록을 경신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8년간 세운 기록(335일)을 4년 반 만에 깼다. 휴가가 매년 평균 10주. 주말(금.토.일) 휴식은 제외.

휴가지로 크로퍼드를 고집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부시가 고향 목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의 취미는 나무 덩굴 잘라 내기다. 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 차림으로 트럭을 몰아 비포장 도로를 달려가 전기톱으로 잡목을 솎아 낸다. 중남부 미국인의 거칠고 투박하지만 건실하고 열정적인 삶의 표상이다. 중남부는 부시의 정치기반이다.

크로퍼드 휴가는 상징적 캠페인이다. 카터는 땅콩 농장,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해변 빌라, 클린턴은 동부 고급 별장을 좋아했다. 허리케인이 불어닥치면서 부시는 워싱턴으로 떠났다. 올 여름 크로퍼드는 유난히 뜨거웠다.

오병상 국제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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