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터키대통령은 24년전 「전우」|특별면담 약속받은 양주 농부 정대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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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는 20일「 케난·에브렌」 터키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24년만의 상봉을 기다리는 한국인이 있다.
58년 「에브렌」 대통령이 주한 터키군여단 참모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그 부대에서 마스코트겸 소년통역관으로 활약했던 정대훈씨(36·경기도양주군백석면방성리255).
정씨는 지난4일 「에브렌」대통령 방한 예고기사를 보고 주한터키대사관을 찾아가 자신과의 인연을 밝힌뒤 면담을 요청, 20일, 하오5시 서울 숙소에서 「에브렌」 대통령과의 상봉을 약속받았다.
정씨가 터키군과 인연을 맺은 것은 9살때인 55년, 마을 부근에 자리잡은 터키군 여단에 드나들면서부터.
당시 예쁘장한 얼굴에 붙임성이 좋았던 정씨는 부대를 드나들며 터키군인과 친하게 됐고 곧 터키말을 익혀 부대의 마스크트가 됐다.
「아메·이슬람」이란 터키식 이름까지 얻었던 정씨는 민간외교관으로서 부대 지휘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정씨는 부대에서 마련해 준 상사 계급장이 달린 제복을 입고 지휘관등을 따라다니며 재롱을 부렸다.
정씨가 「에브렌」대통령을기억하는 것은 58년 당시「에브렌」대령이 터키군여단의 참모장으로 부임해 1년동안 함께 지내며 친하게 지냈던 인연.
정씨는 당시 터키군의 규율이 엄격하고 「에브렌」대령의 외양이 무뚝뚝해 다른 한국인들이 무서워했으나 자신에겐 무척 다정하게 대해줬다고 말했다.
정씨는 「에브렌」대통령의 방한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당시 터키군 복장을 하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들고 터키대사관을 방문, 「에브렌」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 본국으로부터 승낙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61년 터키군이 완전철수한뒤 부대와 인연을 끊고 농사일에 전념해온 정씨는 「에브렌」대통령과의 상봉을 앞두고 『한국을 기억할만한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의정부=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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