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검찰 간 날 박 대통령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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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에 대해 침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파문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비판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피력했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와 7일 새누리당 의원 초청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고 강도 높게 발언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검찰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정도의 언급은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침묵은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서에 ‘민정수석실 회유 의혹’을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더 키울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변에선 전했다.

 특히 이날 오후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던 만큼 자칫 대통령의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청와대도 이날은 문건 파문과 관련해 어떤 브리핑이나 해명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서’를 공개하며 청와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지만 청와대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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