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 학원·노동 사찰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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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의 윤곽이 드러난 9일 국가정보원 내곡동 청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조직개편에 따라 해체되거나 축소된 기구의 간부.직원들은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격적 조직개편=국내기구의 폐지.축소와 해외정보 파트로의 과감한 기능 이관이 개혁안의 핵심이다. 2차장(국내담당) 산하의 핵심기구인 대공정책실의 폐지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부 산하부서만 없앨 것이란 예상을 넘어선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노동.학원.종교 등에 대한 사찰활동과 언론기관.각 정부부처에 대한 수시출입을 폐지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남는 국내 정보 파트의 인력을 해외정보와 외사.방첩 분야에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집된 해외.북한 정보의 활용 공간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넓히겠다는 구상도 새로운 시도다. NSC 정보관리센터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대통령 1인을 위한 정보생산에 국한된 데 따른 폐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전례 없는 승진.발탁인사=1974년 입사한 공채 11기 윗선의 간부는 모두 일선에서 물러난다. 61년 6월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창설 이래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사태풍이다.

다만 남북관계 등 업무 연속성이 필요한 일부 파트는 유임시킨 경우도 있다. 남북장관급회담 대표를 맡고 있는 서영교(徐永敎.공채 12기) 대북전략기획실장을 그대로 둔 것은 지난 1일 단행된 김보현(金保鉉) 3차장(대북담당)의 유임과 맥을 같이 한다.

국정원은 "많은 논란이 돼온 특정지역 편중인사를 시정해 지역안배를 고려했다"며 "지부장 인사는 지역연고와 근무경험을 기준으로 하되 해당자가 없는 경우는 능력평가를 중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기수에 선을 그어 일괄 사퇴토록 한 인사개혁안과 관련, DJ정부 초기 때 처럼 퇴직직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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