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 초까지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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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 10일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연내에 국회 특위를 구성하고 국회 밖에는 공무원노조가 참여하는 ‘국민 대타협 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국조특위도 연내에 만드는 것으로 됐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계획에서 여야가 부닥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늦어도 내년 2월 초순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끝내야 하며 이런 시한을 정하지 않으면 국정조사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사안은 별도며 공무원연금개혁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야당은 ‘대타협 기구’에서 개혁안을 내놓으면 이를 바탕으로 국회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야당 주장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선 사회적 협의기구의 기능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쳐야 한다. 여기서 개혁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가 논의한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모든 입법과 개혁에는 이해 관계자들이 있다. 이들을 대신해 국회가 결정하라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수렴의 차원을 넘어 사안마다 이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요소가 돼야 한다면 국회의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대타협 기구’가 국회의 울타리를 넘어 입법권을 위협해선 안 된다. 세월호 사태 때 야당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이는 원칙에 맞지 않아 채택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해가 거세게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당연히 공무원들의 반발이 격렬할 것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국회가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는 이미 각각의 안을 마련했다. 최종안을 통과시키는 데 6개월 이상씩이나 필요할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시한이면 충분하다. 진정한 개혁 의지를 지녔다면 야당은 시한에 동의해야 한다.

 자원외교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것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자원외교는 모든 정부의 일이지만 유독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국회의원 자격이었던 대통령의 형이 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핵심 실세라는 대통령 형이 개입하니까 관련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정치적인 분위기를 의식해 투자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인데 모든 역대 정권을 다 끌어들이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분리돼야 한다. 여야의 정략 대상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시한과 방법이 정해져야 한다. 국익에 필요하다면 공무원 의견 반영도 제한돼야 하고 전직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언도 추진돼야 한다. 모든 사안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정치권의 관행은 2014년과 함께 떠내려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