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곡물수입에 배짱퉁기는 소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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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l980년 아프가니스탄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당시의「카터」 미행정부로부터 「곡물수출금지」라는 수모를 받았던 소련이 이번에는 『제발 미국곡물 좀 빨리 사가라』는 미국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고 뜸을 들이고 있어 국내농산물가격안정에 고심하고 있는「레이건」행정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서구·아르헨티나 등의 주요 농산물생산국들이 올해 7억7천6백40만t(쌀제외)의 기록적 풍작을 이루어 적어도 앞으로 1년동안 세계곡물시장에서 2천만t정도가 남아돌 것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련은 여러가지 구실로 경체적제재를 취해오던 미국이 지난 10월 소련에대해 당장이라도 앞으로 6개월간 2천3백만t의 곡물을 팔겠다고 선심쓰듯 제의했으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 풍작으로 외국에 수출하지 못하면 가격폭락으로 골탕먹는 것은 미국농민이고 지금당장 곡물창고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창고비용부담으로 미국이 다급한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
또 소련의 입장에서 보자면 「레이건」대통령이 제의한 조건은 「궁색한」미국의 입장치고는 어울리지않게 고자세로 평가될 소지를 많이 갖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은 소련이 2천3백만t의 곡물을 내년4월30일까지 모두 실어가겠다고 계약하면 그동안은 대소금수조치가 없을 것을 보장한다고 공표했었다. 「레이건」대통령의 제의는 결국 1주일에 평균 1백만t씩 소련으로 곡물을 실어나르라는 얘기인데다 또 내년4월이후에는 다시 곡물금수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소련은 해석하고 있다.
소련의 올 농사사정이 나쁜것은 예년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아져 81년에는 4천5백만t을 수입했으나 올해는 3천7백만t정도만 수입해도 될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곡물이 남아도는 세계 각국은 소련의 「처분」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수년간 소련은 세계곡물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이었고 또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소련의 곡물수입은 세계전체거래량의 22%를 차지했었다.
소련으로서도 이런 사실을 알기때문에 괜히 비싼값에 사지않으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수출국들을 저울질하며 흥정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금년의 미·소간의 곡물노름에선 소련이 유리한 카드를 쥐고있는것으로 판단된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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