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얻으러 온 옆집꼬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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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가정예배 드리는 시간으로는 이른 아침이다.
피아노연습을 막 하려는데 동생이 불러 나갔더니, 옆집 여섯살난 상희가 막 잠에서 깨어난 모습으로 고개를 수그리고 현관에 서 있다. 이 꼬마는 어찌나 총명하고 예쁜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따르는지, 우리가 귀여워해 주기에 자주 와서 재잘거린다.
『상희 왔구나, 잘잤니? 왜 그렇개 서있어.』
그러자, 조그마한 밥공기를 내밀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소금…소금…』한다.
『뭐,소금?』
이상하다 생각하며, 엄마롤 불렀더니 나오시는데 마침 뒤따라오신 상희엄마가 현관뒤에서 눈짓을 하신다.
『오 상희 오줌 쌌구나?』하시며 그릇을 받아 소금을 담아 주시면서 『상희야, 이 소금 받고 다시는 오줌싸지 마라.』
『예.』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사과처럼 얼굴을 발그레 한 상희는
『집사님, 다시는 소금얻으러 안 오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상희엄마도 인사하고 대문을 나섰다. 우리는 궁금한 점이 많아 엄마께 여쭤 보았더니, 『소금은 모든 불의한 것을 물리치고 예방도 하는 것인데 이웃집에 다녀오면 부끄러워서 조심을 한단다. 참 좋은 풍습이지, 옛날에는 키를 머리에 쓰고다녔는데.』
『아』
이 얼마나 인정스런 풍습인가. 도시의 생활속에 날로 인심이 흉해가고 사랑이 식어진다고 우리들 스스로 대문을 높이지 않았는가.
서로 마음을 열고 흉허물을 고쳐 나갈때 사라져 가는 미풍양속이 되살아 나고 그속에 우리들 마음도 더욱 아름다와 지리라 확신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크게 웃었으니 더욱 상쾌한 하루가 되리라. <경기도시흥군군포읍당3리4반453 a동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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