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논란 외신까지 가세…대한항공 사과에 네티즌 "사무장 염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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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 ‘대한항공’ ‘조현아’ ‘대한항공 사과문’. [중앙포토]

조현아(40ㆍ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의 비행기 후진 논란의 파장이 이젠 해외로까지 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비난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신보도=8일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이 사건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지 등 권위있는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사실과 조현아 부사장의 이력, 그리고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11분 늦게 착륙했다는 사실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가디언은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은 ‘터무니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조현아 부사장이 해당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며 비꼬는 듯한 기사를 썼다.

이날 AFP통신도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 한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 사건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일 DPA 통신 역시 “대한항공 회장의 딸, 승무원을 내리게 하다”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스페인 언론 라 반구아디아(La vanguardia),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Le Figaro),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조현아 부사장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사건 발생=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 새벽 0시 5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 항공기에 탑승해 있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조 부사장은 사무장에게 “기내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항공기는 게이트로 다시 돌아가면서 출발이 지연돼 250여 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땅콩 등 견과류를 건네고 있는 승무원에게 “매뉴얼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객의 의향을 물은 다음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준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당시 일등석에 타고 있었다.

조 부사장은 이어 기내 서비스를 지휘하는 사무장을 불러 서비스 매뉴얼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무장이 태블릿 컴퓨터에서 비밀번호를 찾지 못하는 등 당황하자 조 부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 측은 “사무장이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별도 안내 방송은 하지 않았다”며 “사무장이 내린 것은 기장에서 상황을 보고한 후 기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해당 항공편은 인천공항에 예정보다 11분 늦게 착륙했다.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기내 지휘ㆍ감독은 기장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는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상황은 탑승구에 세워져 있던 비행기를 ‘토잉카(비행기를 밀어주는 차량)’를 이용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푸시 백’)에서 벌어졌다. 대한항공 측은 “기내에서 승무원에 대한 지휘ㆍ감독은 기장의 역할이 맞다”며 “조 부사장이 기장과 협의해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부사장이 잘못된 응대에 대해 지적을 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나 고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사과문=대한항공은 8일 조현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뉴욕발 서울행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된 것에 대해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 시킨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항공은 “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는 대한항공 입장 전문>
1.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2.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
○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1)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2)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법적 처벌 받을까=이륙하려던 항공기를 되돌릴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 항공보안법에는 기장이나 기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 등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필요 조치에는 램프 리턴(활주로로 향하다 다시 탑승 게이트로 가는 것)도 포함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당 조치는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인지를 기장이 전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결과에 따른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이 조치는 기체 이상이 발견됐거나 탑재한 화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뤄진다.

대한항공 측은 8일 “당시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을 태운 항공기 기장은 ‘객실 내 문제가 생겨 (본인이) 책임지고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사무장의 보고를 받고 미국 뉴욕 JFK공항 관제탑에 ‘객실 관련 사항으로 리턴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장이 정확한 이유를 모른채 조치를 내렸다는 얘기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장의 책임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5년 경력의 한 항공기 조종사는 “승객 250명을 태운 항공기 기장이 구체적인 배경조차 확인하지 않고 승무원 한 명을 내리기 위해 리턴을 결정했다면 판단 실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의 개인적인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객실에서 발생한 사건의 배경을 알고도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면 기장의 판단에 조 부사장의 위력이 작용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승객이었던 조 부사장이 비행기의 방향을 틀게 했다면 항로변경죄나 안전운행저행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임원의 지위를 이용해 비행기 방향을 틀었다면 이는 사실상 ‘협박에 의한 기기 조작’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고함은 없었다’, ‘기장이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추측이다. 이 관계자는 “이륙 전 상황에서 방향을 바꾼 것까지 불법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는 좀 더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2~3일 내로 조 부사장의 행동과 대한항공의 조치에 대한 조사와 관련법 위반 여부 검토를 마칠 예정이다.

◇네티즌들 승무원 동정=그러나 대한항공측의 사과에도 네티즌들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잘못을 지적하고 귀국해서 규정에의한 문책을 하면 될 일이지. 그래야 되나?”(kim yang-cheol) “문제 제기는 경영진으로서 당연하다. 인정한다. 그러나, 토잉되던 비행기를 다시 게이트로 돌리고, 승무원을 하기시킨 행위는, 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KOTTERDAM)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사무장과 승무원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부디 승무원 아가씨와 사무장에게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푸시어 회사에 계속 근무케 하옵소서”(Young Kwak) “앞으로 대한항공을 탈땐 도시락을 싸가세요. 승무원들 불쌍해서 어디 기내식이 목으로 넘어가겠습니까”(treeoflife) 같은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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