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잡아 북한서 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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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수산물 가공업체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어자원을 활용하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수산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북한에 처음으로 수산물 가공업체 설립을 앞두고 있는 강원도 속초시 한진상사 이규철(60)사장은 "10여년 이상 계속되는 남한 해역의 어자원 감소 현상을 생각하면 수산물 가공업체의 북한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홍천군 태생인 李사장은 1960년대 후반부터 오징어잡이 어선 선주 생활을 하다가 79년 오징어 가공업체인 한진상사를 설립했다. 이 업체는 현재 직원 3백여명에 연간 1백50여억원의 매출을 올려 도내 40여곳(오징어 건조업체 제외)의 수산물 가공업체 중 매출 1위 이다.

이 업체는 수출실적이 지난 87, 88년 2년 연속 1천만달러를 넘기도 했으나 어자원 고갈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 등으로 90년대에 6백만달러로 떨어지자 2001년부터 북한 진출에 눈을 돌렸다.

李사장은 2001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의 개선무역과 북한 지역에 수산물 가공업체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한 뒤 지난달까지 네차례에 걸쳐 베이징과 금강산을 오가며 이에 대해 협의했다.

그는 지난달 18, 19일 북한 측과의 접촉에서 북강원 안변군 월량리 부둣가에 수산물 가공업체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李사장은 북한과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5천여평의 부지(연건평 4백여평)에 50억여원을 들여 시설 공사에 착수, 올해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李사장은 공장이 가동되면 고기잡이 및 수산물 가공 기술자 40여명을 현지에 파견, 선진기술을 전수한 뒤 북한 해역에서 생산되는 오징어.명태.홍게.골뱅이 등을 완제품 또는 반제품으로 만든 뒤 속초로 들여와 일본.미국.유럽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다.

李사장은 "안변 공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남북 수산업 교류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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