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막하 출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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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링에서 쓰러진 김득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이다.
김득구의 경우는 세계프로복싱의 충격적 사건이다. 세계타이틀매치에서 일어난 사고란 점에서다.
세계타이틀매치에서 일어난 사고로는 유명한 게임이 기록돼있다.
「에밀·그리피드」가 챔피언 「베니·파레트」를 죽음으로 몬 경우와 「슈거·레이·로빈슨」에게 도전한 「지미·도일」이 8회에 KO패한 후 그날 밤 절명한 사건, 그리고 80년 영국의 「조니·오웬」의 「루페·핀토르」에게 KO패한 뒤 44일만에 사망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복서가 링의 사고를 만난 것도 이젠 적다고 할 수 없다.
59년에 페더급의 송재구가 자기보다 18Kg이나 무거운 흑인 「슈」 선수와 싸우다 10회 KO패한 후 사망한 것이 그 첫 번째 불행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29년 전인 1930년에 일본복싱협회 소속 김정연(일본 명 소림신부)이 동경에서 필리핀의 「보비·월스」에게 9회 KO패한 뒤 사망한 적도 있다.
올해 우리나라 링 위에서 일어난 사고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필리핀의 「안디·발라바」가 신희섭과의 경기에서 10회 KO패한 후 84시간만에 숨을 거둔 사건과 김태식이 멕시코의 「라미레스」와 싸워 판정승했으나 수술 끝에 겨우 목숨을 되살린 사건이다.
그러나 링의 희생자는 세계적으론 훨씬 많다.
영국의 더 타임즈 지는 지금까지 모두 3백36명으로 집계했다. 2차대전이후의 희생자만도 1백29명. 연평균 15명 골이지만 53년엔 22명이나 희생되었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더 타임즈는 복싱을 『뇌의 손상을 밑천으로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스포츠』라고 정의한 적도 있다.
그 정의가 그저 단순한 빈정거림만은 아니란 것은 명백하다.
복서의 위험은 생명만도 아니다. 신체적 손상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득구 선수의 진단결과는 오른쪽 뇌의 「뇌경막하 출혈」과 왼쪽 뇌의 「기능 정지」다.
두개골 속에는 경막과 지주막이 있어 이들이 모두 뇌를 싸고 있다. 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생기는 혈종으로 출혈이 생기는 경우는 주로 세 가지다.
급성, 아급생, 만성. 그러나 복싱선수의 경우는 주로 급성이다. 김태식 선수나 김득구 선수의 경우 그것 만으론 생명에 큰 이상은 없다. 그러나 김득구 선수의 왼쪽 뇌는 이미 기능이 정지했다고 전한다. 집도의도 『희망이 없다』(no hope)고 선언했다.
신의 가호가 기적을 이룰 수 있기만을 기대할 수 있다.
복싱이 격투기인 만큼 신체적 위험은 불가피하지만 선수보호의 수단만은 충분히 강구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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