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드웨어보다 아이디어 중시하는 교육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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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11면

공대생들이 졸업 작품을 돈을 주고 사는 현실을 대부분의 공대 교수들도 알고 있다. 학생들의 도덕적 일탈일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세대에 대한 부실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려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인 장동식(58·사진) 교수를 만나 졸업 작품 ‘부당 거래’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 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인 그는 전국 공학교육혁신센터장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장 교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겉보기에 훌륭한 제품을 내놓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구시대의 공학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식 고려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

 -공대생들이 졸업 작품을 팔고 사거나 전문 업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을 알고 있나.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품 심사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답을 들어보면 아이디어 생산이나 제작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 것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는 어떤 처분을 내리나.
 “점수에서 불이익을 주는 정도다.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좀 더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처리 기준이 마련되지는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취업이 어려운 사회구조가 공대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은 걸 해야 한다. 영어 실력, 학점, 면접 능력, 인턴 경험 등의 ‘스펙’이 필요하고 전공 과목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이 스펙에 목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졸업 작품에 많은 공을 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스펙을 중시하다 보니 정작 공대생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못 배우고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대학에서의 학생 지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제작에 들어가는 총비용을 제한하는 방법 등이 논의된 적이 있다. 그런데 분야별로 특성이 조금씩 달라서 방침으로 정하지는 못했다. 아직 대학 사회에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교수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학에서의 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좀 더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나.
 “졸업 작품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하드웨어적인 것(제품)을 강조하는 풍토와 관련이 있다. 각종 설계 작품 경진대회를 직간접으로 겪으면서 작품 제작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대회에 출품된 작품을 보면 10년, 20년째 엇비슷하다. 창의성에 주목을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 ‘비주얼 좋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것에서 소프트웨어적인 것으로 넘어가야 할 때다. 최근에는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대회도 열리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나.
 “인문학·심리학·빅데이터 등과 융합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공학 교육도 융합적인 교육이 돼야 한다. 학생들이 세상을 폭넓게 보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공대생들은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대학생활을 하기보다는 창의적 발상에 기술을 접목해 벤처 창업에 도전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졸업 작품도 그런 도전의 일환으로 준비하기 바란다. 기업도 창업에 실패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송영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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