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債 사면 최고 50배 당첨금 지급" 북녘에도 대박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북한이 지난 1일부터 전국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한 '인민생활공채'가 하루에만 북한돈으로 수십억원(1달러=1백47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공채를 발행한 것은 1950년 2월 재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15억원(북한돈) 규모의 공채를 발행한 이후 53년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수많은 사람이 애국심을 가지고 공채 구입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민생활공채 구입은 시일이 지남에 따라 전 인민적인 애국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발행한 공채는 액면가 5백원.1천원.5천원 등 세 종류로 모두 10년 만기다. 이자는 따로 주지 않으며 추첨을 통해 당첨상환금(당첨금+원금)을 지불한다.

북한 재정성 정영춘 국장은 지난 6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추첨은 올 12월 평양에서 실시하며 앞으로 2004년까지는 6개월에 한 차례, 2005~2008년은 1년에 한 차례씩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국장은 또 "당첨되지 않은 공채는 2008년 12월부터 매년 일정한 금액씩 국가예산에서 상환하며, 공채유효기간인 2013년 4월까지 원금을 되돌려준다"고 덧붙였다.

7등급으로 나눠진 당첨금은 원금 기준으로 ▶1등 50배 ▶2등 25배 ▶3등 10배 ▶4등 5배 ▶5등 4배 ▶6등 3배 ▶7등 2배다. 예를 들면 5천원(34달러)짜리를 구입해 1등에 당첨되면 25만원(1천7백달러)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금이 포함된 것이어서 실제 당첨금은 24만5천원이 되는 셈이다.

정국장은 "해외동포는 북한에 사는 가족.친척이나 해외동포영접국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해외동포들이 협력해 주면 4백억~5백억원 정도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은 지난 3월 27일 공채 발급에 관한 '내각 공보'가 나온 직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예약을 받았다. 조선중앙은행 신창성 부총재는 지난 3월 30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인민생활공채를 많이 구입하는 것은 애국심의 뚜렷한 표시"라며 공채 구매를 역설했다. 하지만 예약을 받는 과정에서 월급에서 강제로 공제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옌지(延吉)의 한 소식통은 "지난 2일 중국 옌지로 나온 함경북도 청진시의 K연합기업소 간부로부터 '기업소가 지난달 30일 월급에서 공채구입 명목으로 1천원을 공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