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시각' 동·서양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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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과 서양인의 세상을 보는 '시각'이 실제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미시간대(앤아버) 리처드 니스벳 교수팀이 유럽계 미국인 학생 25명과 토종 중국인 학생 27명에게 정글 속 표범의 사진을 보여준 뒤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서양인들의 눈동자는 전경(前景)에 있는 표범에 먼저 머물렀으며 머문 시간도 길었으나 중국인들의 눈동자는 배경을 먼저 살핀 뒤 배경과 표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니스벳 교수는 "두 집단은 문자 그대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서양인은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동양인들은 전체 풍경과 맥락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차이는 문화적 배경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인들은 서양인보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세계에 살고 있어 항상 타인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강한 개인주의 성향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스벳 교수는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바닷속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 뒤 무엇을 보았는지 묻자 미국인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환한 빛깔의 송어 세 마리라고 답했으나 일본인들은 물의 흐름, 초록빛 물 색깔, 바닥에 깔린 자갈 등을 말한 뒤 송어를 언급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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