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들에게 다시 사기친 40대 사기범 구속

중앙일보

입력

“이번에 새 사람이 되겠다”며 사기 피해자들에게 다시 사기를 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골프사업에 투자한다며 자신이 속한 골프동호회 회원인 양모(60)씨 등 3명에게서 9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모(45)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5월에도 골프동호회 회원인 고모(46)씨 등 4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5억2500만원을 가로챘다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장인 소유의 골프용품 판매회사 이사였던 박씨는 2003년 8월부터 2009년 8월까지 골프동호회에서 활동해왔다. 박씨는 인터넷 도박 등으로 빚을 지자 동호회 회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외국 유명회사의 골프공과 골프채 등을 수입해 되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투자를 하면 투자금의 20~30%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며 동호회 회원들을 속였다. 고씨 등 동호회 회원 4명은 골프용품 판매회사 이사인 박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5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박씨는 이렇게 투자받은 돈을 자신의 빚을 갚는데 모두 사용했다. 박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3년 12월 골프동호회 회원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장인 소유의 골프회사에서 쫒겨나고, 이혼도 한 상태였다. 박씨는 “지난 번에는 제가 잘못했다. 이제 새 사람이 되려고 한다. 좋은 조건의 사업이 있는데 성공하면 지난 번에 진 빚도 갚아주겠다”며 동호회 회원들을 다시 속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고씨 등 동호회 회원 2명은 박씨를 용서하고 다시 3억6000만원을 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 돈 역시 채무변제와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도 박씨에게 속아 5억4500만원을 투자한 양씨는 이번에도 투자를 하려 했으나 경찰 수사로 범행이 드러나 돈을 떼이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양씨의 경우 2009년 사기를 당했을 때 빚을 갚아주겠다는 박씨의 말을 믿고 고소를 하지 않았다”며 “출소한 박씨가 재차 속이려 했을 때도 이를 믿고 수 억원을 다시 투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들은 2009년 사기행각으로 떼인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투자를 했다”며 "피해자 1명에게 투자 받은 돈을 다른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해 신뢰를 다시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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