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합시청률은 '제2의 미생' 텃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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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비정규직, 저학력자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장안의 화제다. 주인공 ‘장그래’의 고군분투기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면서 ‘국민 드라마’가 됐다. 어디 가도 ‘미생’ 내용이 한 번쯤 언급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청률을 보면 갸우뚱해진다. 최근(지난달 28일) 방송분의 평균 시청률은 6.3%대였다. 회를 거듭할 때마다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아직 6%대다. 시청 방식은 변했는데 시청률 측정 방식은 옛날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부터 통합시청률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시청률 방식은 TV ‘본방’ 시청률에 스마트폰·PC·태블릿PC 시청을 더해 시청률을 정하는 것이다. 기존의 시청률은 주로 전국 4000여 가구의 안방 TV를 대상으로 집계해 왔다. 직장인이 많이 이용하는 VOD(다시보기) 시청은 빼고 본방만 측정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시청률에는 장시간 안방 TV를 보는 노년층이 과다하게 잡혔다. ‘미생’같이 직장인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이 5%만 넘어서도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시청률과 실제 영향력은 일치하지 않았다.

 국민 10명 중 3명은 TV가 아닌 다른 스크린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에서 손꼽히고, 특히 스마트폰 보급 비율이 단연 1위인 나라에서 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은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런 괴리는 콘텐트 생산자의 창작의지를 감퇴시키고 광고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일부 선진국은 시청률에 PC와 태블릿PC의 시청률을 합산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상처럼 스마트폰 시청까지 합산해 발표하는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스마트형’ 통합시청률 집계 방식이 순조롭게 정착된다면 선진국에 우리 방식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무엇보다 통합시청률은 제2의 미생을 만들어 내는 텃밭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