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은 나를 3인방의 수장으로 생각하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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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윤회씨

“나는 그 친구들을 믿는다. 그러나 3인방도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비선(秘線) 실세’로 거명된 정윤회씨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만 총무·정호성 1부속·안봉근 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3인방은 박근혜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던 시절 정씨와 함께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특히 정씨가 2004년 비서실장 역할을 그만둘 때까지 7년 동안 함께 일한 사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대통령을 위해서도 확실하게 조사가 돼야 한다”며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주장한 3인방과의 인사 갈등 문제 등도) 이번에 (검찰에) 몽땅 다 갖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든 거짓말을 하거나 국정 을 흔드는 세력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조 전 비서관은 3인방의 인사 개입을 말했다.

 “내가 이번 사건 터지고 나서 (지난달 29일과 30일 사이에)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이랑 통화를 했다. 안 비서관에게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왜 이렇게까지 일이 벌어지느냐. 3인방하고 민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려고 통화했다. 그랬더니 안 비서관이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별거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다. 나는 그(청와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모른다. 누가 나한테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다.”

 -조 전 비서관이 왜 그런 주장을 한다고 보나.

 “내가 3인방의 수장이라고 하는 거다. 검찰 조사에서 내가 뒤에서 조정을 했는지, 내가 관여했는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사람들이 3인방과 갈등이 있는 건 좋은데, 갈등 해결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터무니없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의도적으로 판을 키우는 사람이 있는 건가.

 “아마 너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민정 쪽에 있었고, 그 사람들이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 전 비서관인가.

 “그렇다.”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 악재 아닌가.

 “그렇다. 허위문건을 공식 문서화한다는 건 음해 차원을 넘어서 정권의 전복이 다.”

 -조 전 비서관은 박관천 경정에게 ‘박지만 EG 회장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박 회장하고 조 전 비서관이 잘 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 3인방과 조 전 비서관 간 권력다툼인가.

 “나는 이번 문제의 핵심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회장도 지금 억울하게 개입이 되고 있다. 박 회장 주변에서 허위정보와 허위문건을 주는 바람에 박 회장이 (정씨가 사람을 시켜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알아본 거 아닌가. 그동안 너무 억울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박 회장이 개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개입했다는 건가.

 “시사저널 문제(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을 다룬 지난 3월 시사저널 보도)도 박 회장 입에서 나왔다는 거 아니냐. 그러면 직간접으로 박 회장이 개입돼 있는 거다.”

 -이번에도 박 회장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번에도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냐는 거다. 그게 문제다. 이번에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니까 (미행설, 문건 유출, 3인방의 인사 개입설, 박 회장 개입설 등) 모두 다 갖고 (검찰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이재만 비서관한테 ‘세상에 이제는 비밀이 없다. 뭘 감추고 있는 게 있느냐. 왜 계속 이런 문제가 민정에서 터지느냐’고 말했다. 박 경정이랑 통화하니 자꾸 윗선을 얘기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거다. ”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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