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시간 알람 휴대폰 … 알콜 없는 맥주 … '무슬림 마케팅'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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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프랑스 파리의 한 무슬림 책방에서 무슬림 여성들을 겨냥해 머리에 쓰는 전통 스카프인 히잡을 다양하게 전시해놓았다. [파리 블룸버그]

메카가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알코올 없는 맥주, 무슬림 전용 금융 서비스까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유럽에서 급증하는 무슬림 고객을 잡기 위해 이슬람과 무슬림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틈새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키아는 최근 무슬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일콘아이 800'을 출시했다. 이 휴대전화는 무슬림들이 기도할 때 머리를 향하는 메카의 방향과 기도시간을 알려준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맥주 업체 하이네켄은 무슬림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점에 착안해 무슬림 전용 음료수 '페이로우즈'를 내놓았다. 레바논의 유명 여가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음료는 맥주 맛을 내지만 알코올 도수는 '0'이다. 영국의 로이드TSB 은행은 곧 이슬람식 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슬람 율법은 이자를 주고받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이미 1500만 명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현재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비무슬림 유럽 인구는 지금보다 3.5% 감소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틈새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FT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무슬림끼리만 뭉칠수록 유럽 사회의 전반적인 통합 움직임과는 반대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컨설팅업체 이델만의 유럽 담당 CEO 데이비드 브레인은 "서구 시장에서 차지하는 무슬림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의 선호와 문화에 맞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종교도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새로운 분야"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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