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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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속언에 삼부출이란 말이 있다. 제자랑, 자식자랑, 아내자랑을 하는 사람을 조롱하여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요사이는 자기PR 시대라한다. 그리하여 자기 자랑, 집안자랑, 나라 자랑을 한다. 나라의 경우는 문화적으르 자랑할것이 없으면 자연을 내세운다. 무슨 산이 아름답고 무슨 호수가 세계 제일이라는 식이다. 우리도 지난날은 가을 하늘과 금강산을 내세웠던 것을 기억한다.
근자에 한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한 기성세대관의 조사에 의하면 기성세대는 바람직하고 자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부정적인 인간상이 부각되었다. 어른이라고하면 「술·담배」가 연상되고, 「돈」「위선」「이기주의」「무섭다」와 같이 긍정 아닌 부정적인 면이 우세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성 세대란 새로운 세대에 전통을 심고, 그들이 나아갈 진로를 제시해 주는 선비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 기성세대가 부정적 반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성세대가 반성해야할 중대한 문제다.
우리는 지난날 세계에서 최초의 금속활자, 최초의 천문대, 독창적인 한글등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문물을 빚어낸 겨레이다. 그런 전통을 이어받은 기성세대가 어찌하여 새로운 세대에 의해 불신을 받아야하는가?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치듯 돈·위선·이기주의·무섭다에 이어지는 일련의 부정적인 측면이 저들의 눈을 돌리게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일제36년간의 나라 잃은 슬픔을 되씹으며 「헌신」「절제」「애국」「일하다」등 부정적 측면 아닌 긍정적 가치관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을 했던들 우리의 현실은 지금과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던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백안시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1980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가치회의에서는 지진이 나서 동경이 한번 뒤집혔으면 좋겠다고 하는 일군의 일본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그이유인즉, 기성세대들이 일을 너무 잘해 놓아 자기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패전 후 폐허에서 일으켜 세운 오늘의 부는 확실히 놀라운 것이다. 그러기에 저들의 기성세대는 존경받다 못해 미움을 사고있는 것이다.
우리도 젊은 세대의 존경을 받는 기성세대가 되도록 해야겠다. 일본처럼 존경하다 못해 미움을 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신뢰받는 세대는 되어야한다.
그러자면 우선 젊은 세대의 뇌리에 박힌 부정적탈을 벗어야겠다. 그리하여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감각적 반응 아닌 충분한 검토끝에 계획된 일이 착실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신뢰는 무엇보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헌신적인 봉사를 하는데서 얻어질 것이다. 나 아닌 남, 나 아닌 사회, 나 아닌 나라를 위한 자세가 확립되어야 하겠다.
박갑수
▲1934년 충북옥천출생▲서울대사대·대학원졸▲현서울대사대교수▲저서 『문체론의 이론과 실제』『사라진말, 살아남은 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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