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역전된 저금리 언제까지 갈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일 연방기금금리를 연 3.5%로 인상함에 따라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됐다. FRB가 꾸준히 금리를 올리는 동안 한국은행은 9개월째 콜금리를 연 3.25%에 묶어 둔 결과다. 재정경제부와 한은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국내자금의 유출이나 주가 하락 같은 부정적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콜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공공연히 금리 조정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미 간의 금리 역전이 당장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내 저금리 체제의 부작용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소폭의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고,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현행 저금리 체제가 경기부양 효과는 없으면서 부작용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시중자금의 단기화.부동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중의 뭉칫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넘나들며 떠돌고 있다. 저금리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면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에 몰리는 돈줄의 물꼬를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금리 인상을 예상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의 실세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미 연 4.5%를 넘어섰고, 5년 만기 국고채는 연 5%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금리와 실세금리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금리 상승을 전제로 영업 방향을 틀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본격적인 자금 유출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언제까지 기약 없는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저금리를 붙들고 앉아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