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물이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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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즈음 신문에 중공의 전당대회에서 당규의 규정으로 어떤 개인도 혼자서 중대한 결정을내릴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는 기사를 보고 몇가지 그야말로 한가한 생각들이 난다.
근래에는 역사학이나 정치학에서 사회현상을 보고 연구하는데 있어서 인물위주로 보기보다 그 저변에 있는 사회적·경제적 요인들을 중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주된 경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기에 와서 특정인물을 신격화하는 정도로 높이 떠받드는 예는 공산주의를 하는 나라들에서 여러차례 나온 것도 역세적인일이겠다.
여하간에 나는 이 점에 관하여 좀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즉 어떤 특정한 사건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에는 이사건에 관련된 및 사람이 수행하는 역할들이 중대한 연관을 갖는 것이며 정치란 결국에 가서는 몇 사람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되는 어떤 것이 아닌가 한다. 몇 년전인가 역사가「앨런·블록」(A·Bullock)이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한 기억이 난다. 객관적인 조건들이란 결국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다루는가 하는데 따라서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좋아 보이는 조건들이 나쁜 결과를 내기도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것같다. 옛말에 『소인은 재물로 자기를 망치고, 대인은 재물로 자기를 뛰어나게 한다』 는 말이 이런 뜻에서 이해되기도한다.
나는 접하는 사람들중에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조직체나 나라의 앞날이 밝고 그렇지 못하면 별로 좋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에게서 요즘 우리나라에 인물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또 나도 얼핏 그런 것 같다하고 수긍이 간다. 대개 큰 변동기에 훌륭하고 큰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법인데 왜 그럴까하고 의문이 간다. 혹시 횰륭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웬만한 사람은 훌륭하게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인물난인지 한가하면 한번 또생각해 볼 일이다.
나종일

<약력>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졸업.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대학에서 박사. 현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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