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아침 ] - '이팝나무 꽃 피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팝나무 꽃 피었다' 김진경(1953~ )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려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불현듯 옛말이 떠오른다. "내 논에 물드는 것과 내 자식 입속으로 밥 드는 것 보는 것처럼 보기 좋은 게 없다." 임종의 순간까지 어머니는 자식에게 밥을 차려주려 한다. 저 도저한 맹목의 사랑 앞에서 무슨 긴 말이 필요하랴.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어머니의 서운한 마음이 이팝나무 뿌리에 닿아 밥알 같은 하얀 꽃으로 피어났다. 밥알처럼 생긴 이팝나무 하얀 꽃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떠올려 눈시울 붉히고 있다. 인간의 행.불행의 배경에는 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어찌 밥을 소홀히 다룰 수 있겠는가. "밥은 하늘이다."

이재무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