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더 커지는 것, 행복이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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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헥터를 연기한 사이먼 페그(왼쪽)와 여자친구 클라라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꾸뻬씨의 행복여행’(원제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27일 개봉, 피터 첼섬 감독)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다. 정신과 의사 헥터가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전세계를 여행하며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이야기다. 결말은 다소 뻔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과정만큼은 흥겹고 아름답다.

주인공 헥터를 연기한 영국배우 사이먼 페그(44)의 매력 역시 충분히 드러난다. 개성 넘치는 영국 코미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에드가 라이트 감독)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 J J 에이브럼스 감독)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한국에도 팬이 많다.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원작 소설이 퍽 유명한데.

 “솔직히 말해 원작을 읽지 않았다(웃음). 괜히 원작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영화 시나리오에 충실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데다 ‘쉘 위 댄스’(2004)를 만들었던 피터 첼섬 감독의 오랜 팬이라서 출연을 결정하기가 쉬웠다.”

 -헥터는 여행 중간 중간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노트에 메모한다. 당신에게 가장 와닿았던 메모는.

 “‘불행을 피하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길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영화를 촬영하며 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종종 힘든 일 덕에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고,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내가 기본적인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운 좋게 느껴졌다. 그걸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면 불행해질 것이다.”

 -중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영화 덕에 방문하게 됐다. 그곳 사람들과 풍경이 참 좋았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 또한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특히 여행 중 납치당하는 장면을 작은 마을에서 찍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촬영장소가 낡고 버려진 건물이라 정말 실감났다(웃음).”

 -당신의 팬들은 유독 열광적인 이들이 많은데.

 “좋은 소식이다(웃음).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나 또한 팬들에게 열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겐,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여러 역할을 맡아왔지만 웃음과 감동을 고루 주는 인물에 가장 잘 어울린다.

 “내게 중요한 건 캐릭터를 진실하게 표현하는 일이다. 악역도 상관없다. 심각한 역을 한다면 더 좋겠고. 가까운 미래에 연출도 하고 싶다. 또 한국을 방문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이후 에드가 라이트 감독, 배우 닉 프로스트와 여러 작품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해왔다. 이번 영화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차기작이 있을 텐데.

 “물론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기도 하고.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벌써 다음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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