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용기와 인내의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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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3보(43~55)
○ . 왕 위 이창호 9단● . 도전자 옥득진 2단

상변 흑이 어떻게 안정하느냐가 국면의 초점이다.

45. 고심을 거듭하던 옥득진은 결단을 내려 최대한 벌려 갔다. 편하게 한 줄 좁히고도 싶었다. 그게 정수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딘지 느슨한 기분이 들어 옥득진은 견딜 수 없었다. 2국에서 시련을 겁내다가 진 뒤 다시는 그런 비겁한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고 그런 승부호흡이 끝내 45의 강수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46. 올 것이 왔다. 누구나 한눈에 떠올릴 수 있는 밭전자의 급소. 47로 받으며 옥득진은 승부의 폭풍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이창호 9단은 48과 50으로 응수를 타진한 뒤 지체 없이 52로 끊어왔다. 근래의 이창호는 승부를 미루지 않는다. 기다리지도 않는다. 섣부른 재주를 피우지는 않지만 기회가 오면 철저히 받아친다.

53. 역시 최강이다. 대마의 삶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상대의 공배를 꽉 채우며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사실은 '참고도1'처럼 타협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지만 뒤늦게 꼬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옥득진은 '어차피 뽑은 칼, 여기서 뼈를 묻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하지만 54로 둔탁하게 꼬부려나오자 흑은 양쪽이 급해졌다. 중앙 두 점이 아무 대가 없이 잡힌다면 무모하게 전쟁을 택한 45에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국 후 복기 때 옥 2단이 45를 어떻게 두어야 할까 물었다. 이창호 9단은 '참고도2' 흑1을 제시하며 "좁히면 쉽지 않은가. 넓힐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하고 반문했다. 역시 그 수였던가. 참아야 했던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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