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제3의 조폭 결혼식 참석했던 조폭끼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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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1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웨딩홀 앞. 검은색 세단을 타고 온 30~40대 남성들이 속속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폭력조직 B파 하모(39)씨의 결혼식에 온 전주 지역 폭력조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오랜 동안 한 지역에서 활동해온 친분이 있어 상대 조직원들의 경조사에도 공공연히 참석한다. 현재 전주에는 6개의 폭력조직원들이 활동 중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은 먼저 도착해 있던 같은 연령대의 상대 조직원들을 향해 손인사를 나눴다. 결혼식장 입구에 줄지어 있던 남성들은 상대 조직의 선배들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날 결혼식장에는 40~50명의 폭력조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때 한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전주 W파 소속인 유모(43)씨가 O파 조직원들의 행동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유씨는 O파 후배들을 향해 "짝다리를 짚고 서서 인사도 안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를 지켜보던 O파 최모(43)씨는 "왜 우리 후배들한테 뭐라고 하느냐"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유씨 일행이 최씨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남의 결혼식장에서 이러면 되냐. 이따가 보자." 최씨의 말에 두 조직원들은 일단 싸움을 멈췄다.

팽팽한 감정싸움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최씨가 속한 O파와 W파 조직원들이 화해를 빌미로 다시 만난 것이다.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술집에서 만난 두 조직원들은 술을 나눠마시며 화해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 9시쯤 술집을 나선 조직원들은 길을 걷다가 또다시 시비가 붙었다. 조직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W파 최모(46)씨가 O파 최씨의 언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W파인 최씨는 뒤에 있던 조직원들을 향해 "야! 진검 좀 가져와 봐"라고 소리쳤다. 이어 흉기를 받아든 최씨는 후배인 O파 최씨의 가슴을 한 차례 찔렀다. 최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최씨는 옆에 있던 조직원들에 의해 급히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O파인 최씨와 W파 조직원들이 화해를 하기 위해 오후에 다시 만났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 최씨는 O파 조직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고도 화해가 되지 않자 미리 준비해간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W파 최씨와 유씨를 추적하는 한편 결혼식장에 참석한 폭력조직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 최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도주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조직원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던 끝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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