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용인 美 공식입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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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추측성 보도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5일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도 지난달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불거진 북핵 보유 파문과 관련해 결정된 입장이 없다"며 "일부 관리와 전문가의 의견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양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방향을 잡은 뒤 한.미.일 3국 간 협의를 통해 북측 제안에 대한 평가와 대응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NYT가 전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이라 해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비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교수는 "핵 보유와 확산 중 어느 것이 미국의 국익에 더 민감한 것인가를 부시 행정부가 고민했을 것"이라며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핵보유를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지난 3월 워싱턴 포스트 보도의 뒤를 이어 북핵 용인설이 자꾸 흘러나오자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중과의 공조에 어려움을 겪고 대북 제재나 군사행동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부닥칠 경우 북핵 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한.미 공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金교수는 "한반도 전쟁까지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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