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경쟁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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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유시장 경쟁원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은 새삼스러운 논리가 아니다.
이러한 경쟁원리는 필연적으로 시장의 독과점을 유발하기도하고 뒤이어 경제정책은 공정한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을 극소화하는데 주력하게된다.
반면 경제발전단계의 이행, 또는 기업간의 과당경쟁으로 시장질서가 교란되거나 기업의 부실화가 우려될 경우,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재편성 정책도 나오게된다.
오늘의 경제운용이 자유시장 경제와 그에 대칭 되는 정책간여를 유발하는 성격을 띠게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부가 지난 80년에 단행한 중화학 투자조정은 한때 무모하게 이루어진 중화학을 정리하여 투자배분의 효과를 찾는다는 점이 크게 부각된 조치였다.
그의 일환으로 자년 2월 28일에 자동차공업의 조정안이 나왔고 그후 추진과정에서 다소 변형된 끝에 승용차 이원화, 이륜차 이원화를 실현했으나 대형차 생산을 전문으로 하게 하려는 기아·동아의 통합은 마침내 백지화하기에 이르렀다.
1년 5개월의 협의 끝에 양사 통합을 단념하고 특장차 생산을 자유화키로 매듭을 지은 것은 잘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생산분야가 같다고 해서 기업경영의 자율성이나 각 기업의 성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통합을 강행한다는 것은 기존의 두 기업이나 새로 나올 기업의 존립만을 위태롭게 할뿐이다.
정부는 기아·동아의 자율적인 통합이 어렵고 타율적으로 한다고 해도 외형만의 통합에 그쳐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한 정부의 분석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며 그에 따라 깨끗이 통합 안을 폐기한 결정도 현명한 것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두 자동차 메이커가 각각 독자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더 냉혹하게 표현하자면 시장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통폐합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생리인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인 행정수단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권장하는 정책선택이 앞서야한다.
기아와 동아의 경우만 해도 양 사는 통합에서 오는 경영주체의 혼란, 양 사 종업원의 불용해 등을 들어 그 동안 통합을 맹렬히 반대해왔다.
만약, 여러 가지 여건이 통합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그대로 양 사를 접목시킨다면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있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기아·동아 통합의 백지화가 산업조정책의 유연성을 예시한 것이라면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이 기회에, 정부는 기업활동에 개입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성, 창의성을 격려하고 보호해주는 역할에 보다 노력해주기 바란다.
경제성장은 정부, 기업, 가계가 함께 참여해야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며 특히 기업활동이 원활해야만 국민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는 것이다.
중화학 조정책이 종지부를 찍는 것을 계기로 이제는 건전한 기업 육성책이 산업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아야 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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