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68명, 의원 4명에게 10만원씩 후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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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전력 계통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한전KDN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은 2012년 11월 위기에 직면했다.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같은 달 중순 이 회사 김모(58) 전 대표는 긴급 회의를 소집한 뒤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 법안을 유리하게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비례대표) 의원과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3명이 후원 대상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이후 직원 568명은 전 의원 등 4명의 의원에게 직원 1인당 약 10만원씩 후원금을 보냈다. 의원 1인당 995만~1816만원씩이었다. 경찰은 “김 전 대표 등은 해당 의원실을 방문해 후원금 기부 사실을 통보하면서 개정안에 ‘공공기관 제외’라는 문구를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2월 전 의원은 사업 제한 대상에서 공공기관을 빼는 내용의 수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같은 해 6월 한전KDN은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책자 300권(900만원 상당)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공공기관 제외’라는 조문이 삽입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은 김 전 대표 등 2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발의 과정에서 한전KDN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바가 없다”며 “경찰 수사는 입법권에 대한 침해이자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한전KDN 임직원 358명이 허위 출장 보고서를 내는 방식으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출장비 11억2000만원을 타냈다”며 김모(41) 차장 등 38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후원금 내역 등을 토대로 국회의원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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