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 물방망이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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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여름의 사나이들(Boys of Summer)'은 1955년의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를 부르는 말이다. 당시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를 꺾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 전까지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7번 나서 모두 패했고, 지역 라이벌인 양키스에게만 5번을 당했다. 우리나라에 '물방망이의 기적'으로 소개된 'Hitless Wonder'는 1906년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지칭한다. 당시 화이트삭스는 아메리칸리그 8개 팀 중 타율(.230), 안타, 홈런에서 최하위에 그치고도 93승58패를 기록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월드시리즈에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승률(.763)을 올린 시카고 컵스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물론 화이트삭스의 기적에는 2.99의 팀방어율로 리그 1위에 오른 강력한 마운드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이트삭스가 오로지 투수력의 팀은 아니었다. 화이트삭스는 비록 안타와 홈런에서는 리그 최하위에 그쳤지만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내며 경기당 평균 득점(3.70)에서 4위를 차지했다. 'Hitless Wonder'였을지언정 'Runless Wonder'는 아니었던 셈. 올시즌의 화이트삭스는 마치 99년전의 그들을 보는듯 하다. 화이트삭스는 26일 현재(이하 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14개 팀 중 안타에서 최하위, 타율(.262)에서 12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득점에서는 경기당 평균 4.88점으로 뉴욕 양키스(5.54) 텍사스 레인저스(5.44) 보스턴 레드삭스(5.43) 토론토 블루제이스(5.02)에 이은 5위에 올라있다. 방어율(3.64) 역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99년 전 득점 비결이 많은 볼넷이었다면, 올해의 비결은 메이저리그 도루(107) 1위의 빠른 기동력과 보내기번트 리그 1위로 대표되는 팀배팅, 찬스에서의 집중력이다. 화이트삭스는 7회 이후 1점차 접전인 '클러치 상황'에서 가장 많은 홈런(22)과 3번째로 많은 득점(82)을 올리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1917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과연 화이트삭스가 99년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포스트시즌 관문을 뚫고 기적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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