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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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청춘 남녀가 대로변에서 입을 맞추다가 경찰에 붙들려 갔다. 심야11시 30분 서울에서 있었던 일.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간섭하는가?』
대학생인 문체의 주인공이한 항변.
『대로상에서 그러면 되느냐. 지나치다』
경찰의 연행 이유.
결국 이들은 즉변에 넘겨졌다. 코미디언들의 촌극 같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 해프닝은 우리 사회가 갖고있는 공중도덕의 한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대로변에서 입을 맞추는 것은 아직은 공중의 혐오감을 자아내는 행위로 여겨지는가.
문제는 정상참작 (참작) 이다. 밤11시 30분이면 한적한 시간이다. 당사자는 모두 20대의 성년. 심야 외출을 나무랄 수도 없다.『표현의 자유』 까지는 좀 고장이지만, 이 둘을 굳이 즉변에 넘긴 경찰도 유머가 없다. 세상의 온갖 법을 그렇게 고지식하게 운영한다면 대로를 걸어다닐 위인이 없다.
일본의 경찰관들이 엮어내는 무슨 잡지에서 이런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난다. 야간 순찰 중 전봇대에 소변을 보고 있는 취객을 만나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으냐는 얘기였다.
『저, 선생! 이렇게 비료를 많이 주시면 전봇대가 너무 잘 자라 쓰러지기 쉽습니다]
설마 그런 순경이 몇이나 될까만, 유머와 기지는 놀랍다.
신사의 나라 대영제국에서 원래 엮은「브리태니커 백료사전」은「키스」를 예절란의 한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예절이란 어원을 보면「건강을 축원하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키스도 그런 행위의 하나로 평가한 것이다.
키스의 유래는 그러나 예의스럽지 못하다. 미개인들의 질투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원시인들은 사냥에서 돌아오면 아내의 정결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입을 점검했던 모양이다. 키스의 어원도『맛본다』는 뜻.
아무튼 키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일찍이 그리스의 기원전 역사가「헤로도루스」도 키스의 방법에 관해 언급했었다. 동격인 사람끼리는 입과 입, 하위자 에게는 뺨에 입을 맞춘다는 것이다.
오늘의 서양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감정의 표시를 흔히 키스로 대신한다. 손위엔 존경, 이마엔 우석, 뺨엔 호의, 눈시울엔 동경, 손바닥엔 원망, 입술엔애타의뜻으로.그나머지는글쎄,광기라과나할까.
시문을 따진 사람도 있다.
일본작가「미시마」(삼도유기부)는 3초가 지나면 입맞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P·B·셸리」같은 시인(영)은 입맞춤을『넋의 맞닿음』이라고 했다.
글쎄, 새삼 입맞춤의 뜻을 설명하는 것은 어수룩하지만, 대로변에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나, 이들을 잡아가는 사람은 더 어수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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