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립켄 주니어, 끝없는 야구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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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김용철 특파원] '철인' 칼 립켄 주니어(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2632경기 연속 출장의 대기록을 세우고 은퇴한 립켄은 현재 '립켄 베이스볼'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2개의 마이너리그 팀을 소유하고 있고, 청소년 야구캠프 및 리그를 진행하며 여전히 지치지 않는 야구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립켄이 연속 출장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 동기중 하나는 어린시절 아버지 칼 립켄 시니어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자신의 트랙터를 끌고 나가 마을의 눈을 치우곤 했던 립켄 시니어가 어느날 눈을 치우던 도중 사고로 인해 머리를 크게 다쳤다. 한없이 피를 흘리면서도 립켄 시니어는 병원으로 가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도로의 눈을 다 치웠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의 삶의 방식이 립켄 주니어에게 그대로 전해지며 부상 등으로 고전하면서도 경기에 계속 출장하게 된 것이다. 1978년 드래프트 2순위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립켄은 마이너리그 시절인 1981년 최장시간 경기를 경험하며 체력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 경기는 무려 32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새벽 4시7분에 경기가 중단되었고, 두달 뒤인 6월23일에 속개되어 33회말에 승부가 결정됐다. 이 경기에서 13타수3안타를 기록한 립켄은 체력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달으며 이후 언제나 웨이트 등으로 언제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 힘썼다. 1981년에 23경기에 출장하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립켄은 이듬해 28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한다. 당시 립켄은 뛰어난 실력보다도 193cm라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쨌건 이때부터 16년여에 걸친 연속 출장은 시작되었다.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운 립켄에게도 몇차례 위기가 찾아왔었다. 1985년 발목을 접질렸고, 1993년 무릎 부상, 1996년 올스타전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코뼈가 부러지는 불운이 닥치기도 했었다. 체력 소모와 활동량이 많은 유격수로서 이런 부상을 참고 경기에 출장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1985년에는 수비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었지만, 마땅한 백업 요원이 없어 그대로 경기에 투입됐었다. 1995년 9월, 마침내 루 게릭의 2130경기 연속 출장기록을 경신하던 날 무려 20여분간 열렬한 환호를 받은 것은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 자리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 조 디마지오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립켄의 연속 출장이 질적으로도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그때까지 전체 이닝의 99.2%에 출장했고 첫 904경기를 완전히 소화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또한 첫 2216경기를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로만 출장했고 그동안 거쳐간 키스톤 콤비만 29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상자명단에 오르내린 선수도 무려 3620명. 일부에서는 립켄이 연속경기 출장에 집착한 나머지 '유망주의 길을 막고 있고, 불완전한 몸으로 경기에 임해 재활의 기회를 놓치고 있으며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21시즌간 총 도루 36개)며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3000안타와 400홈런을 달성할 정도로 뛰어난 타격과 안정된 수비 등 최상급의 실력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립켄을 평가할 때 연속 경기 출장기록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어쨌건 립켄은 한 시대에 큰 족적을 남길만한 활약을 펼쳤고, 명예의전당 입성도 이미 예약해놨다. 철인답게 은퇴후에도 계속해서 야구와 함께 호흡하고 있고, 현재는 11~12세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칼립켄 월드시리즈(전 베이브루스 월드시리즈)'를 열성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록 그의 연속 경기 출장이 역사로 흘러갔고 그가 플레이 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항상 야구장을 떠나지 않는 립켄의 모습을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칼 립켄 주니어 주요 기록 최다 연속경기 출장 : 2632경기(1982년 5월30일~98년 9월19일/ 21~38세) 신인상 : 1982년 MVP 2회수상 : 1983, 1991년 올스타전 MVP 2회 : 1991, 2001년 19년 연속 올스타 선정 : 1983~2001년 골드글러브 2회 : 1991, 1992년 통산 3001경기 출장 : 역대 8위 통산 3184안타 : 역대 14위 10년 연속 20홈런 : 1982~1991년 20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 1982~2001년 단일 팀 3000안타-400홈런 (3184안타-431홈런) : 통산 2명(스탠 뮤지얼) 미국 세인트루이스 = 김용철 특파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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