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보다 싸게 … 울산 새 하늘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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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스카이항공이 도입할 ATR-42 5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 [사진 유스카이항공]

울산공항은 항공사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취항했던 저비용 항공사들이 적자 등을 이유로 잇따라 짐을 싸서 떠났기 때문이다.

2009년 울산 최초의 민간항공사인 코스타항공이 취항을 준비했지만 자금난으로 무산됐다. 2년 뒤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이 19인승 항공기를 도입해 울산~제주 노선과 울산~양양 노선을 잠시 운항했지만 애초 계획했던 50인승 항공기 도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적자만 기록한 채 5개월 만에 철수해야 했다. 탑승률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국내 대형 항공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승객 감소로 인해 지속적으로 노선을 줄였다. 2010년 하루 평균 28편에서 지금은 20편만 운항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0년 11월 울산에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서 서울 승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승객 감소는 공항 적자로 이어졌다. 울산공항은 지난해 국내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많은 적자(92억3600만원)를 기록했다. 돈 벌기 어려운 공항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가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며 본사 법인을 서울 김포공항에서 울산공항으로 옮겼다. 내년 봄 취항을 앞둔 유스카이항공 얘기다.

 유스카이항공은 국내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인 한성항공 임직원들이 지난 3월 설립했다. 교육 훈련기를 도입해 조종사 훈련 사업을 하다 국내 항공여객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객기는 5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ATR-42) 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울산~김포와 울산~제주 등 2개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서다.

 운항 요금은 울산~김포 노선의 경우 4만5000원 수준이다. 이는 울산역~서울역 KTX 요금(4만7500원)보다 낮다. 울산~제주 노선은 5만5000~6만5000원 정도다. 국내 대형항공사·KTX와 경쟁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 요금은 울산~김포·제주가 최저 5만5000원, 최고 8만원 정도다.

 이덕형 유스카이항공 대표는 “대기업이 밀집한 울산 특성상 서울을 오가는 비즈니스 승객이 김포 노선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며 “울산의 항공 수요를 조사해 보니 100인승 이상 항공기는 좌석의 반을 못 채울 가능성이 크지만 50인승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 가려는 울산 승객 대부분이 김해공항을 이용하고 있어 울산~제주 노선도 사업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스카이항공은 내년 1월 취항을 계획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안전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면허 발급이 지연돼 취항 시기를 조금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예전의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울산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지역 항공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스카이항공이 운항하면 승객들은 지금보다 싼 요금으로 김포·제주를 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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