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데는 하나하나 뚫어 나 가야죠" 김상협 총리의 취임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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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갑자기 중책을 맡게 돼 어리둥절합니다. 걱정이 태산같지만 성심 성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젠가는 현실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물, 김상협 국무총리서리는 24일 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 나라는 남의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나라입니다. 이 사회도 우리들의 사회요, 가정도 우리들의 가정입니다. 바로 이 우리 것을 더 튼튼하고 아름답고 기쁘게 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새 총리는 마치 도도하게 흐르는 그의 특유한 강의처럼 취임소감과 포부를 엮어 나갔다 .
『모든 일은 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는 대통령의 경륜이 계시고 옆으로는 각부장관의 총명과 공무원 전체의 희생과 봉사가 있습니다. 입법부의 솔직한 비판과 협조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의 시시비비를 가린 칭찬과 꾸중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이 생업에 충실하면서 맡은바 일에 성심과 봉사로 기여하는 일일 것입니다 새 총리는 일선장병과 가정주부, 학생과 언론 등 국민 모두가 국가를 끌어나가는 일원으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막힌 데를 하나하나 뚫어나가고 믿지 않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훈훈한 분위기로 바꾸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합심협력으로 전진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겠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정부에의 참여를 여러 차례 권유받았지만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소문만 그렇지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에 정부측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계기를 만들려고 하니 꼭 좀 들어와서 해달라고 하기에 소문처럼 매양 안 할 수 없어 하게된 것입니다. 20년 전 행정부에 들어가 문교부부장관을 잠시 한일이 있습니다 만 그때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아주 단순했습니다.
기아추방, 농촌고리채 정리, 정계순화, 대학난립으로 인한 대학망국론 등이 있었습니다만 우리 국민소득이 80달러이던 때의 얘기입니다. 지금은 1천6백 달러가 되었으니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10배 이상 풍족해진 셈이지만 못지 않게 문제도 많아졌습니다. 국민간의 오해· 불신·갈등이 많아진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해야한다는 문제를 우선 제기하고 싶습니다』
-전임 유 총리에 비해 정치총리의 등장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만.
『무슨 정치총리·경제총리·외교총리 같은 게 있겠습니까. 헌법상 총리의 힘이 큰 것은 아니지요. 독자적인 고유영역이 많지 않으나 행정 각부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총리 교섭을 받고 수락하기까지 내심 무슨 어려움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왜 없었겠습니까. 36년간 몸담았던 대학교를 떠나 딴 세계로 모험한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있는 힘껏 뛰어볼 생각입니다.』
-호남출신 총리는 처음인 것 같은데.「저 자신이 전북 부안에서 나서 4살 때 서울로 왔습니다만 조부모, 부모 모두 호남사람이니 내 피는 1백% 호남인 셈이지요. 고「케네디」대통령이 61년 서 베를린을 방문, 「나는 베를린시민」이라고 선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베를린 시민과 고난을 같이 하겠다는 얘기로 당시의 베를린시민에게 감명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호남사람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베를린이 아니고 우리는 같은 땅 덩어리에 살고 있습니다. 지역 감정 같은 것은 서로 풀어버려 야할 단계입니다.』
-대학을 떠나면서 대학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라도.
『대학인들은 국가현실이 자기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쳐야 합니다. 모 우리 나라의 특수상황도 알아야 합니다. 일반사회도 대학을 좋지 않은 곳, 거북스러운 곳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량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학인들은 미래의 고도산업사회에 대비해 선진지식과 실력을 양성하는데 보다 노력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학에 몸담은 지 36년만에 총장의 두 번째 임기를 50여일 남겨놓고 마무리도 짓지 못한 채 떠나게되어 개인적으로 서운하고 동지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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