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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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 달째 계속된 가뭄으로 영·호남의 논밭이 타 들어간다. 물길을 찾는 농민들의 노고는 말 할 수 없다 대구 같은 대구시의 시민들은 식수불황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가뭄피해가 심각하진 않으나 앞으로 1주일 이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올 벼농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정부는 가뭄대책 비를 지급, 양수기를 총동원, 지하수를 찾고 있다. 아직 모를 내지 못한 논엔 대파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급하면 물줄기를 찾는 응급처치 식 가뭄대책은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이제 가뭄은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항구적인 것이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전 대통령은 가뭄지역을 시찰하고 근본적인 한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80연대말 까지 지하 수맥 도를 완성하고 소형 댐을 이용한 저수지개발 계획을 새운다는 내용이다. 천재가 발생할 매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점에서 지하수맥도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곧 항구적인 가뭄대책의 근본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의 수자원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물도 귀중한 자원임은 가뭄이 찾아올 때마다 뼈 저 리 게 느끼면서도 대부분의 강우량을 헛되이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우리 나라의 연중 강우량은 1천1백40억t, 이용 가능한 수량만도 6백62억t이나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불과 1백50억t 정도가 산업용수나 생활용수로 이용될 뿐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지하수 포장 량은 3천6백 억 입방m에 이르고 있어 우리의 지혜만 동원하면 적절히 활용 할 수 있다.
결국 하천의 관개수노를 개척하고 소형 댐을 건설하는 한편 편리한 지하수 이용 방법을 찾는 것이 가뭄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그 동안 국민의 노력으로 수리안전답은 점차 늘어, 이제는 전체 논 면적의 24%가량만이 수리 불안전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가뭄이 심각해지면 수리 안전답에 댈 물조차 말라 버린다는 점에서 수자원의 귀중함은 해를 더할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 못지 않게 생활용수의 비중도 커지는 것은 인구가 도시화가 진척됨에 따라 필연적인 일이다. 이제 물은 농촌이나 도시를 막론하고 그 귀중함을 재인식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기상과 농사철의 타이밍을 관찰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쌀 증산에 힘쓴 나머지 모내기를 점차 앞당기는 것이 근년의 영농추세다.
그리나 6월 하순 이후에야 본격적인 비가 내리는 것이 우리 기후의 특징이다. 따라서 이 시간적 괴리를 적절한 수자원대책으로 차질 없이 메워야하며, 이것은 곧 가뭄대척의 조기집행을 통해 이룩될 수 있다.
아울러 농민들에게 수자원의 개발기술을 습득시키고 양수기 등 각종 장비를 값싸게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같은 장 단기 대책을 병용하면 하늘에만 의존하는 우리의 영농은 근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뭄극복에 정성을 다하는 관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수자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이에 대한 활용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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