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농업과 정부지원 」책자내용 |허황한 "영농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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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기획원은 최근 「농업과 정부지원」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정부의 영농정책에 대한 홍보작전을 펴고 있다. 이 책자에서 기획원은 영농의 유리함을 강조하기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일부내용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고 있어 오히려 농민의 불신을 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 책자의 44, 45, 페이지에는 땅을 팔아 예금하는 것보다 농사를 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제목으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으나 계산표 내용은 도리어 반대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표의 예는 논 3천 평 가진 사람이 평당 4천 원에 팔아 1천2백만 원을 예금했을 때의 이자수입과 그냥 농사를 지을 때의 쌀 농사 수입을 비교 한 것.
논 팔아 예금하면 1년 후에 원금이자 합쳐서 1천3백25만원인데 쌀 농사지으면 땅값과 쌀 농사 수입을 합쳐 1천3백43만원이니 18 만원이 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쌀 농사가 은행예금보다 유리한 것은 다름 아닌 땅값항목이 원금보다 많기 때문이고 진짜 따져야하는 쌀 농사순이익 1백19만원은 같은 기간의 이자소득 1백25만원보다도 적다.
이 책자의 설명대로라면 땅값이 오를 테니까 전체 수입이 늘어난다는 식인데 농사를 계속 짓는 농민에게는 땅값이 계속 올라도 수익성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
농사짓는 것보다 예금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으로 땅을 파는 이유는 땅값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그 해 그 해 농사지어서 얻는 수입보다 이자소득이 낫기 때문이다.
게다가 쌀 농사와 예금을 수평비교 할 수 없는 것이 쌀 농사 수입은 갖은 고생을 다한 노동의 결과이지만 이자 소득은 땅 판돈을 은행에 넣어놓고 있으면 그냥 굴러 들어오는 불로소득이라는 점이다.
한편 이들 양자의 5년 후 수입비교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있다.
논 값은 매년 평균 2%씩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했으면서도 예금하는 원금은 처음 그대로다.
이자수입의 일부를 저축했을 경우 복리계산으로 원금이 불어나야 하는데 원금은 그대로 인 채 땅값만 누적적으로 계속 올려놓았다.
또 금리수준을 현재의 12·6% (1년 만기 정기예금기준) 에서 5년 후에는 7·5%까지 떨어질 것을 전제해서 이자 계산을 해놓았는데 이것 역시 얼른 납득안가는 억지 계산이다.
국내 공 금리 년7·5%는 장기정책의 한 가정일 수는 있어도 현실성 있는 수익비교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 책자를 본 많은 전문가들은 차라리 이런 식의 홍보는 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하다고 비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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