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매니 라미레스 실종'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김용철 특파원] 19일(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도중 매니 라미레스(33·좌익수)가 그린몬스터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1-1로 팽팽히 맞선 6회초 보스턴의 수비. 호투하던 웨이드 밀러(29)가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고, 테리 프랑코나 감독을 비롯한 내야수 전원이 마운드에 모여 작전을 의논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라 할 수 있는 가장 긴장된 순간.

이때 좌익수 라미레스가 그린몬스터 밑부분의 출입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경기가 다시 속개되려 하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것. 관중들이 다같이 라미레스를 부르기 시작했고 라미레스는 멋쩍게 펜스 안에서 수비 위치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속개된 경기에서 밀러가 초구를 던지는 순간까지 라미레스는 정상적인 수비위치에 있지 못했고 2구째에서야 제 위치에서 수비 자세를 취했다. 우연하게도 바로 그 때 라미레스 앞으로 좌전안타가 터져 팀은 결승점을 내줬음에도 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스턴의 1-3 패배.

라커룸에 있는 화장실을 두고 왜 경기중에 그린몬스터로 들어갔냐는 질문에 라미레스는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와 투수교체를 하는 줄 알았고 대략 몇 분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맹세코 화장실 간 것이 아니고 너무 더워서 잠시 에어컨 좀 쬐려고 들어갔다"며 멋쩍어했다.

이에 프랑코나 감독은 "팀이 연패중이다. 좀 더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불과 1분여동안 그린 몬스터에 들어갔다 나온 라미레스는 팬들에게는 웃음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코칭스태프로부터 돌아가며 한소리씩 들었다고 한다.

참고적으로 그린몬스터 안에는 화장실은 물론 에어컨 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세명의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동 전광판 숫자를 직접 교체하고 있다.

[가끔씩 즐거운 또는 황당한 해프닝을 만들어주는 매니 라미레스. 사진〓로이터]

미국 세인트루이스 = 김용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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