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출판사 자금난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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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출판계는 최근 들어 부쩍 자금난을 겪고 있다. 대형 서점이나 서적 도매상들로부터 판매대금을 은행어음으로 받지 못하고 자가어음으로 받는 경우가 많아 특히 소규모 출판사가 자금유통에 어려움이 심하다.
출판사들이 대형서점이나 도매상으로부터 자가어음을 자주 받게 된 것은 1개월쯤 전부터다. 세칭 장 여인 사건 이후 은행에서 서점이나 서적 도매상에 내어 주던 어음장의 수룰 줄이면서부터다.
출판사들은 서점이나 서적도매상에 책의 판매를 위탁하고 10만원 이하의 소액은 현금으로 받고 그 이상의 금액은 3∼4개월 기간의 은행어음을 받아 왔다. 출판사는 이 어음으로 용지구입·인쇄·광고·원고료 등 제작비에 써 왔다.
S출판사의 한 직원은『서점 등의 자가어음은 인쇄·제본소 등 관련업체에는 그런대로 통하고 있으나 광고·제작비 등에는 전혀 쓰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서 대형도매상인 주식회사 진 명의 경리담당 직원은『몇 달 전만 해도 은행에서 한 달에 1백 장 가까운 어음 장을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절차가 몹시 까다로 와져 한 달에 50장 정도밖에 받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자연히 거래 액이 많은 출판사에 우선적으로 은행 어음을 떼어 주고 나머지 출판사에는 자가 어음을 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m만 원이 넘더라도 소액의 경우 현금으로 지급하고 싶으나 출판계의 불황을 함께 겪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서점의 경우도 마찬가지. 종로 서적에서도 거래은행들로부터 종전의 절반밖에 안 되는 어음 장을 받고 있어 자가어음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책이 안 팔리는 데다 이 같은 자금유통의 애로까지 겹쳐 소형 출판사는 요즈음 신간 내 놓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계속 책을 내놓아야만 유통이 쉬워진다는 특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총 관계는 심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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